김영철 통일전선부장 등 북한 대표단은 25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북-미 대화를 할 충분한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해상 봉쇄를 포함한 초강력 대북제재를 발표한 가운데 북한이 미국과의 대화 의사를 내비친 것이다. 북측 대표단장인 김영철이 공개적으로 북-미 대화 의사를 표명하면서 ‘평창 모멘텀’의 불씨가 재점화될 계기가 마련됐다. 다만 북한이 미국의 대북제재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고 북-미 대화의 조건도 서로 달라 실질적인 대화로 이어지기까진 숱한 난관이 있을 듯하다.
문 대통령은 이날 평창 올림픽 폐회식이 열리기 전인 오후 5시부터 1시간가량 김영철 등 북한 대표단 8명을 접견하고 “남북 관계 개선과 한반도 문제의 본질적 해결을 위해서라도 북-미 대화가 조속히 열려야 한다”고 말했다고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이어 김 대변인은 “북한 대표단도 북-미 대화를 할 충분한 용의가 있으며 북도 남북 관계와 북-미 관계가 같이 발전해야 한다는 데 생각을 같이했다”고 말했다. 특히 김영철은 “남북 관계가 앞으로 광범위하게 확대되고 진전이 이뤄져야 한다”는 문 대통령의 지적에 “김정은 국무위원장도 같은 의지를 지니고 있다”며 김정은의 메시지를 전했다고 김 대변인은 덧붙였다.
일단 김영철 등 북한 대표단은 26일 서울에서 서훈 국가정보원장, 조명균 통일부 장관 등과 만나 북-미 대화 및 남북 대화를 위한 실무 논의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김 위원장의 메시지가 전달된 것이며 북-미 대화의 조건과 구체적인 남북 합의 등 실무 논의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포스트 평창’ 외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이날 폐회식에 이방카 트럼프 미 백악관 보좌관, 김영철, 류옌둥(劉延東) 중국 국무원 부총리와 함께 참석했다. 부인 김정숙 여사를 사이에 두고 이방카와 나란히 앉은 문 대통령은 이방카에게 김영철의 발언을 전하며 북-미 대화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올림픽 폐막 이후 한반도 상황은 언제든지 긴장 국면으로 전환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23일(현지 시간) “이번 (해상 봉쇄 조치 등) 대북제재가 효과가 없으면 우리는 제2단계로 가야 할 것이다. 그런데 2단계는 매우 거친 것이 될 수도 있고 전 세계에 매우 매우 불행할 수도 있다”며 대북 군사옵션 사용 가능성을 내비쳤다. 북한은 25일 외무성 대변인 명의 담화에서 “어떤 봉쇄도 우리에 대한 전쟁 행위로 간주할 것”이라며 “(미국이) 조선반도에 대결과 전쟁의 불구름을 또다시 몰아오려고 발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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