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퍼 “北 시간벌기용 대화 원치 않아”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3월 1일 03시 00분


“北, 비핵화 이어질 입장 보여줘야… 美에 연락 취할 방법 잘 알아”


마크 내퍼 주한 미국대사 대리(사진)는 김영철 북한 통일전선부장이 방한 기간 ‘북-미 대화 용의 있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 “북한이 비핵화로 이어질 수 있는 의미 있고 진지한 입장을 표명한다면 대화에 참여할 의지가 있다”고 밝혔다. 북한이 비핵화의 길로 나설 것이라고 누가 봐도 수용할 만한 의지를 구체적으로 표명해야 북-미 대화에 나설 수 있고, 그렇지 않다면 대화가 어렵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내퍼 대사 대리는 28일 서울 주한 미대사관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우리는 비핵화라고 표현된 목표가 없는 핵·미사일 개발 시간 벌기용 대화를 원치 않는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북한은 대화의 기회를 핵·미사일 프로그램 개발을 위한 시간 벌기로 사용한 전력이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과거의 실수를 되풀이하고 싶지 않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6일 류옌둥 중국 국무원 부총리를 만나 “미국은 대화의 문턱을 낮출 필요가 있다”고 공개 촉구한 데 대해 북한의 비핵화 의지 표명은 양보할 수 없는 ‘최소 조건’임을 주지시킨 것이다.

또 내퍼 대사 대리는 “북한이 우리에게 적절한 태도를 보여야 하고 올바른 결정도 해야 한다”며 비핵화 선언과 함께 북한의 협상 의지를 신뢰할 수 있을 만한 선제적 조치가 필요하다는 뜻을 거듭 내비쳤다. 이어 “북한은 우리(미국)에게 연락할 방법을 잘 알고 있다”며 뉴욕채널 등을 통한 접촉은 얼마든지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한국계이자 대북 대화파로 분류되는 조셉 윤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의 은퇴에 대해선 “우리(미국 정부) 정책은 똑같이 유지될 것이고, 한국 정부와의 협력 및 조율도 흔들림 없이 지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윤 대표의 은퇴로 미국의 대북 기조가 더욱 강경해질 것이라는 해석에 선을 그은 셈이다.

내퍼 대사 대리는 김영철의 방한에 대해선 “남북관계의 진전을 환영한다. 아이스브레이킹(ice-breaking) 상황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4월로 예정된 한미 연합 군사연습의 연기 가능성에 대해선 “추가 지연될 가능성은 없다”고 못 박았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외교부 공동취재단
#마크 내퍼#북한#비핵화#북미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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