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은 정무비서 등 미투 발화자 보호해야” 靑 국민청원, 순식간에 ‘쑥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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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년 3월 6일 14시 32분


사진=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동아일보DB
사진=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동아일보DB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53)가 자신의 정무비서인 김지은 씨(33)를 성폭행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관련 청원이 빗발치고 있다.

김 씨는 5일 저녁 JTBC ‘뉴스룸’에 직접 출연해 안 지사에게 8개월 간 4차례의 성폭행과 상습적인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김 씨의 폭로 후 청와대 홈페이지의 국민청원 및 제안 게시판에는 이와 관련한 국민청원이 쏟아지고 있다. 6일 오후 2시까지 올라온 관련 청원은 약 130건. 대부분 해당 사건에 대한 철저한 진상 규명과 안 전 지사에 대한 엄벌을 촉구하는 내용인 가운데, 가장 많은 공감을 얻은 청원은 김 씨 등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운동에 동참한 피해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내용의 청원이다.


5일 게재된 ‘미투 운동의 발화자들을 보호해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은 현재 1만1600여 명의 동의를 얻고 있다.

청원인은 “사회는 성폭력 피해자들에게 끊임없이 입을 열라고 한다. 그렇지만 정작 사회는 미투 한 사람에게 어떤 것을 해 주고 있나”라며 “한국의 미투에는 보호는 없고 수많은 고통과 그 고통을 전시하고 즐기며 ‘진짜’와 ‘가짜’로 판가름하는 시선들이 있다. 타인의 고통을 응원하고 지지하지만, 제대로 된 보호를 하고 있지는 않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김 씨는 방송 인터뷰 말미 “인터뷰 이후 저에게 닥쳐올 수많은 변화들이 두렵다. 하지만 제일 더 두려운 것은 안희정 지사다. 실제로 제가 오늘 이후에 없어질 수 있다는 생각도 했다”며 “그래서 저의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는 게 방송이라고 생각했다. 이 방송을 통해서 국민들이 저를 조금이라도 지켜줬음 좋겠고, 진실이 밝혀질 수 있도록 도와줬으면 좋겠다”고 두려움을 호소했다.

청원인은 “이제 비서 분을 포함하여 이 사회의 수많은 피해자들을 보호해 달라. 가해자와 격리시켜주고 경제적, 사회적으로 불안을 겪지 않도록 해 달라”며 “이미 피해 그 자체만으로도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상당히 훼손당했다. 그러나 피해를 고발하는 순간, 2차 3차 가해와 마주해야 하고 사회적 평판의 하락과 더불어 경제적인 부분까지 걱정해야 한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이제 국가가 성범죄를 대할 때 기본적으로 피해자의 시각에서 사건을 해석하는 피해자 중심주의를 취할 때도 되지 않았나? 그 시작은 피해자의 가해자로부터의 격리와 안정”이라며 “많은 피해자들이 사회라는 또 다른 가해자를 마주하지 않을 수 있도록 대한민국이 나서야 한다. 미투 운동의 고발자들을, 이 사회의 내부 고발자들을 보호해 달라”고 강조했다.

해당 청원에 동의한 누리꾼들은 “법치주의 국가에서 피해자가 보호 받기는커녕 제2의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길 바라며 가해자를 고발하면서도 본인이 어떤 보복을 받을지 몰라 국민들에게 지켜달라고 부탁 한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용기를 낸 피해자에게 더 이상의 상처를 주지 않도록 지켜줘야 한다”, “성폭력 생존자들이 미디어에 모습을 드러내야만 안전함을 느낄 수 있는 사회는 안전망이 없는 사회”라며 정부에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해당 청원은 오는 4월 4일까지 진행되는 가운데, 기간 내에 20만 명의 동의를 얻을 경우 청와대 수석비서관 또는 관련 부처 책임있는 관계자가 공식 답변을 내놓아야 한다.

▼다음은 ‘미투 운동의 발화자들을 보호해주세요’ 청와대 국민청원 전문▼

안녕하세요, 대통령 이하 장관 및 행정관 여러분들. 늘 수고가 많으십니다.
저는 오늘 안희정지사 비서분의 미투를 보았습니다.
그리고 그동안 우리 사회가 미투를 바라 본 시선과 관련해 수많은 고민에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정치적 개혁, 혹은 삶 속에서 성평등 실현 등의 이유로 미투운동에 뜨거운 지지와 열기를 보냈습니다만, 그 이상은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관심이 없어 그러한 것인지 수많은 법들이 입법되었겠지만 소식은 쉽게 접하기 힘들더군요.
안희정 지사의 비서분은 내일 아침 출근하면 가해자 안희정과 마주해야 합니다.
그로부터 어떤 이야기를 들을 지, 어떤 대접을 받을 지 우리는 알 수 없지요.
사회는 성폭력 피해자들에게 끊임 없이 입을 열라고 합니다. 그렇지만 정작 사회는 미투 한 사람에게 어떤 것을 해 주고 있나요.
당 차원에서 함께 하겠다고 'with you' 캠페인을 하지만 그래서 어떻게 같이 있어주는지 피해자는 체감할 수 없습니다.
당 차원에서 이제는 우리도 쇄신하자고 가해자로서의 반성문을 제출하였지만 피해자는 무엇이 달라진 것인지 알 수 없습니다.
미국에서 미투운동을 하게 된 계기는 내부 성폭력 고발로 인해 고발자들이 겪을 경제적, 사회적 불안으로부터의 보호였습니다.
한국의 미투에는 보호는 없고 수많은 고통과 그 고통을 전시하고 즐기며 '진짜'와 '가짜'로 판가름하는 시선들이 있습니다. 타인의 고통을 응원하고 지지하지만, 제대로 된 보호를 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이에 청와대에 청원합니다.
이제 비서분을 포함하여 이 사회의 수많은 피해자들을 보호 해주세요.
가해자와 격리시켜주시고 경제적, 사회적으로 불안을 겪지 않도록 해주세요.
이미 피해 그 자체만으로도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상당히 훼손당했습니다.
그러나 피해를 고발하는 순간, 2차 3차 가해와 마주하여야 하고 사회적 평판의 하락과 더불어 경제적인 부분까지 걱정해야 합니다.
이번 정부의 여성 가족부 장관은 오랬동안 여성운동을 해오셨던 분이고, 대통령 역시 'he for she'선언을 통해 스스로를 페미니스트라고 했습니다.
그렇다면 이제 국가가 성범죄를 대할 때에 기본적으로 피해자의 시각에서 사건을 해석하는 피해자중심주의를 취할 때도 되지 않았나요?
그 시작은 피해자의 가해자로부터의 격리와 안정입니다.
많은 피해자들이 사회라는 또 다른 가해자를 마주하지 않을 수 있도록, 대한민국이 나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미투 운동의 고발자들을, 이 사회의 내부 고발자들을 보호해주세요.

최정아 동아닷컴 기자 cja09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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