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살얼음판 걸어… 정상회담서 많은 합의 기대 안해”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3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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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미 비핵화 대화 급물살]여야 5黨대표 초청 오찬

“살얼음판을 걷는 상황이다. 성급한 낙관은 금물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7일 청와대 본관에서 여야 5당 대표들과 가진 오찬 회동에서 대북 특사단의 성과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모두발언에서부터 “이제 시작”이라고 운을 뗀 문 대통령은 비공개 회동에선 “확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도 했다. 북한 핵·미사일 모라토리엄과 남북 정상회담 개최 등 상징적인 합의들만으로 아직 성과를 평가하기는 이르다는 것. 청와대는 4월 말 남북 정상회담을 갖기 전까지 북-미 대화를 성사시키는 것을 다음 목표로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 문 대통령, “北에 놀아난 것 아냐”

오찬에선 대북 특사단의 남북 합의 결과를 놓고 날카로운 논쟁이 벌어졌다. 초당적 안보 협력을 위한 여야정 국정 상설협의체 구성 등 5개 항의 공동발표문을 채택한 지난해 9월 회동과는 분위기가 완전히 달랐다.

문 대통령은 회동에서 남북 정상회담 합의 과정을 상세히 공개하며 제기되는 의혹과 비판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정상회담 과정에서 남북이 비밀 접촉을 통해 이면합의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선 “판문점을 통한 비공개 접촉은 있었지만 비밀회동은 없었다. 국외에서 따로 비밀접촉을 가진 사실도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정상회담은 베를린선언부터 시작하면 우리가 제안한 셈”이라며 “북한 측에서 호응을 했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남북 정상회담 합의가 김정은의 ‘시간벌기용 쇼’에 말려든 것이라는 주장을 반박하면서 ‘한반도 운전석론’을 내건 정부가 주도해 얻어낸 것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 문 대통령은 “그냥 저쪽(북한)에 놀아나는 거야, 이렇게 생각하실 일도 아닐 것”이라고 했다.

남북 정상회담이 4월로 정해진 것에 대해서도 문 대통령은 “정상회담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된다면 6월 지방선거로부터는 간격을 두는 것이 좋겠다고 우리가 의견 제시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상회담 장소에 대해선 “우리는 평양, 서울 또는 판문점 어디든 좋다고 제안했다”며 “판문점은 남북 각각 관할지역이 있는데 어디든 좋다. 우리 관할구역과 저쪽 관할구역을 하루씩 오가며 할 수도 있다는 식으로 제안했다”고 말했다.

○ “정상회담에서 많은 합의 할 수 있다 생각 안 해”

비핵화 방법론을 놓고도 논쟁이 벌어졌다. 북한의 핵·미사일 모라토리엄을 대가로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북한에 제재 완화를 약속한 것 아니냐는 야당의 비판이 나오면서다. 바른미래당 유승민 공동대표는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우리 정부가 처음 문서로 인정하는 결과로 둔갑되면 안 된다”고 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그 점은 아예 말씀하실 필요조차 없다”며 “북한에 대한 제재와 압박은 우리 단독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임의로 풀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핵 폐기를 목적으로 하더라도 이런저런 로드맵을 거쳐 완전한 핵 폐기에 이르도록 합의하는 것은 있을 수 있는 일”이라며 “미국과는 아주 집중적으로 논의를 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남북 정상회담을 열더라도 남북 경협 등 대북 제재와 연계된 결정은 북-미 대화 진전과 보조를 맞춰 가겠다는 뜻을 강조한 것이다. 청와대는 이번 남북 합의로 북한이 미국의 대화조건을 맞춘 것으로 보고 4월 말 정상회담 전까지 북-미 접촉이 현실화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대화를 주선할 방침이다.

문 대통령은 “남북 대화를 시작했다는 것만으로 선물을 주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이번 정상회담에서 굉장히 많은 합의를 할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 김영철 방한 놓고 유감 표명

문 대통령은 한미 연합 군사훈련에 대해선 “지난달 북한 고위급 대표단이 왔을 때 연합훈련을 연기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전했다”며 “대체로 우리가 제시했던 부분들이 기대 밖으로 많이 수용된 것으로 평가한다”고 했다.

야당은 천안함 폭침의 주범으로 꼽히는 김영철 북한 통일전선부장의 방한을 수용한 것을 놓고서도 문 대통령에게 날을 세웠다. 이에 문 대통령은 김영철 방한 수용에 대해선 “대승적인 차원에서 그런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받아들인 것”이라며 유감을 표명했다.

문병기 weappon@donga.com·유근형·최고야 기자
#문재인 대통령#정상회담#오찬#대북특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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