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숙 “한 남성과 여성 사이의 일회적 성추행, ‘미투’ 아닌 ‘미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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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년 3월 12일 18시 02분


조기숙 교수 페이스북
조기숙 교수 페이스북
참여정부 청와대 홍보수석 출신 조기숙 이화여대 교수가 '미투'(Me too·나도 당했다)와 관련해 "한 남성과 여성 사이의 일회적인 성추행(으로 느꼈던 행위)는 미투의 본질과 거리가 멀다"고 주장했다.

조 교수는 11일 자정무렵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모처럼 피해자 여성의 용기 있는 폭로가 사이비 미투에 의해 오염되기 시작했다"라며 "미투는 공인의 성적 추문이나 사생활을 폭로하는 게 목적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미국에서 미투운동은 위력과 위계에 의한 반복적이고 상습적인 성폭행을 폭로하는 데에서 시작됐다"라며 "상대의 권력이 너무 커 조용히 법적으로 해서는 이길 수 없기에 다수의 여성이 자신의 모든 것을 건 실명 공개로 한 남성의 추행을 연대 고발함으로써 공감대를 형성하고 여론재판을 하게 된 것이다. 법치국가에서 여론재판은 있어서는 안될 일이지만 이런 특별한 경우에 한해 효력을 발휘한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러나 한 남성과 여성 사이의 일회적인 성추행(으로 느꼈던 행위), 그것도 당시 권력이 없는 사람의 미수 행위, 여러 여성에게 상습적으로 폭력을 행사했던 것이 아니라 한 여성이 한 번 경험한 것은 미투의 본질과 거리가 멀다"라며 "Me only일 뿐이다. 게다가 익명에 기대 증거나 논리도 없이 무차별적으로 사생활을 폭로하는 건 정치를 시궁창에 처박는 일이다. 미국 경제를 역대 최고의 호황으로 이끈 클린턴은 사생활이 도덕적이어서 훌륭한 대통령이었나?"라고 말했다.

조 교수는 "위계와 위력에 의한 상습적 성범행만이 폭로에 의해 국민적 공감을 얻는 미투로 자리 잡을 수 있다"라며 "일부 언론은 미투와 사이비 미투를 구분할 능력도 가지고 있지 못한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 사회에 정작 미투가 필요한 곳은 지속적인 왜곡과 오보로 한 인간을 인격 파탄으로 이끄는 일부 언론들이다"라며 "자격 미달의 언론이 미투 운동을 좌지우지하는 건 뭐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된 일이다. 언론에 대한 지속적 감시와 비판이 없으면 미투운동도 결국은 사이비미투로 오염되면서 사그라들까 두렵다"라고 밝혔다.

앞서 조 교수는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의 방중 과정에서 중국인 경호원들이 한국 수행 기자단을 집단 폭행한 사건 관련 "경호원의 정당방위"라고 말해 논란을 빚었다. 이후 조 교수는 향후 5년간 문재인 정권을 위해 정치적 발언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날 미투 관련 정치적 발언을 하게 되면서 조 교수는 "내가 완전히 침묵하겠다고 한 적도 없거니와 설령 내가 정치적 발언을 한다 해도 그건 누구도 참견할 수 없는 나의 천부인권이다. 나의 권리 포기는 오로지 나만이 결정할 수 있을 뿐, 타인이 참견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앞으로 내 발언이 정치적인지 아닌지 따지는 사람은 천륜을 저버린 것이니 차단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조 교수는 민병두 의원과 정봉주 전 의원 등의 성추행 의혹이 잇따라 제기되면서 위기에 처한 여권 쪽 피해를 줄이기 위해 이같은 글을 쓴 것으로 보인다.

김소정 동아닷컴 기자 toysto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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