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 청와대 홍보수석 출신 조기숙 이화여대 교수가 '미투'(Me too·나도 당했다)와 관련해 "한 남성과 여성 사이의 일회적인 성추행(으로 느꼈던 행위)는 미투의 본질과 거리가 멀다"고 주장했다.
조 교수는 11일 자정무렵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모처럼 피해자 여성의 용기 있는 폭로가 사이비 미투에 의해 오염되기 시작했다"라며 "미투는 공인의 성적 추문이나 사생활을 폭로하는 게 목적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미국에서 미투운동은 위력과 위계에 의한 반복적이고 상습적인 성폭행을 폭로하는 데에서 시작됐다"라며 "상대의 권력이 너무 커 조용히 법적으로 해서는 이길 수 없기에 다수의 여성이 자신의 모든 것을 건 실명 공개로 한 남성의 추행을 연대 고발함으로써 공감대를 형성하고 여론재판을 하게 된 것이다. 법치국가에서 여론재판은 있어서는 안될 일이지만 이런 특별한 경우에 한해 효력을 발휘한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러나 한 남성과 여성 사이의 일회적인 성추행(으로 느꼈던 행위), 그것도 당시 권력이 없는 사람의 미수 행위, 여러 여성에게 상습적으로 폭력을 행사했던 것이 아니라 한 여성이 한 번 경험한 것은 미투의 본질과 거리가 멀다"라며 "Me only일 뿐이다. 게다가 익명에 기대 증거나 논리도 없이 무차별적으로 사생활을 폭로하는 건 정치를 시궁창에 처박는 일이다. 미국 경제를 역대 최고의 호황으로 이끈 클린턴은 사생활이 도덕적이어서 훌륭한 대통령이었나?"라고 말했다.
조 교수는 "위계와 위력에 의한 상습적 성범행만이 폭로에 의해 국민적 공감을 얻는 미투로 자리 잡을 수 있다"라며 "일부 언론은 미투와 사이비 미투를 구분할 능력도 가지고 있지 못한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 사회에 정작 미투가 필요한 곳은 지속적인 왜곡과 오보로 한 인간을 인격 파탄으로 이끄는 일부 언론들이다"라며 "자격 미달의 언론이 미투 운동을 좌지우지하는 건 뭐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된 일이다. 언론에 대한 지속적 감시와 비판이 없으면 미투운동도 결국은 사이비미투로 오염되면서 사그라들까 두렵다"라고 밝혔다.
앞서 조 교수는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의 방중 과정에서 중국인 경호원들이 한국 수행 기자단을 집단 폭행한 사건 관련 "경호원의 정당방위"라고 말해 논란을 빚었다. 이후 조 교수는 향후 5년간 문재인 정권을 위해 정치적 발언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날 미투 관련 정치적 발언을 하게 되면서 조 교수는 "내가 완전히 침묵하겠다고 한 적도 없거니와 설령 내가 정치적 발언을 한다 해도 그건 누구도 참견할 수 없는 나의 천부인권이다. 나의 권리 포기는 오로지 나만이 결정할 수 있을 뿐, 타인이 참견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앞으로 내 발언이 정치적인지 아닌지 따지는 사람은 천륜을 저버린 것이니 차단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조 교수는 민병두 의원과 정봉주 전 의원 등의 성추행 의혹이 잇따라 제기되면서 위기에 처한 여권 쪽 피해를 줄이기 위해 이같은 글을 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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