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파’ 백종천-허버드, 北최강일에 비핵화 입장 묻는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3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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南北美 20일-21일 헬싱키 대화


한국과 북한 미국이 4, 5월 열릴 남북, 북-미 ‘릴레이 정상회담’을 앞두고 한자리에 모여 ‘몸 풀기 대화’에 나선다. 20일부터 1박 2일 동안 핀란드 헬싱키에서 학술회의 형식으로 열리는 반민반관(半民半官·정부도 관여하는 민간대화 채널)의 ‘1.5 트랙’ 대화다. 민간인이 대거 참석하지만 사실상 릴레이 정상회담의 사전 물밑 접촉 격이라고 할 수 있다. 남-북-미 3자는 지난해 10월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비확산 국제회의’에서 회동하려 했지만 무산됐다.

그동안 열렸던 ‘1.5 트랙 대화’는 북한의 연쇄 도발과 미국의 대북제재로 긴장 일변도였던 북-미 관계에서 거의 유일한 숨구멍 같은 역할을 해왔다. 유엔 북한대표부와 미 국무부 사이에 가동되던 뉴욕채널이 막혀 있을 때도 스웨덴,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 제3국에서 열리는 1.5 트랙은 북-미 간 소통창구였다. 그나마 북-미는 간헐적으로 접촉했지만, 남북 및 남-북-미 간 의미 있는 접촉은 거의 ‘0’에 가까웠다. 한국 측 패널로 참석하는 김준형 한동대 교수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북-미 간에는 가끔 만나왔다고 들었다. 그래서 우리가 (평창 모멘텀 이후) 국면도 좋고 하니 북한에 (1.5 트랙 대화에 참석해도 되느냐고) 의중을 물어봤고, 북한이 수용하면서 3자 대화가 열렸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백지토론 해보자는 생각”이라며 “그러다 보면 한반도 비핵화 방안이나 대화에 임하는 북측 의중, 정세 관련 생각이 드러나지 않겠나 싶다”고 덧붙였다.

각국의 참여 인사만 봐도 기존 1.5 트랙 대화보다 무게감이 느껴진다. 북측을 대표할 것으로 보이는 최강일 외무성 북아메리카국 부국장은 1994년 제네바 협상 실무도 했던 북-미 대화 전문가다. 지난달 평창 겨울올림픽 폐회식 참석을 계기로 김영철 통일전선부장과 함께 방한한 최 부국장은 당시 미 대표단과 접촉했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그는 최근 외무성 부상으로 승진한 최선희 북아메리카국 국장을 대신해 북한의 대화국면용 새 협상 ‘일꾼’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김정은의 북-미 정상회담 제안을 수용한 후 북한이 이에 대한 공식 반응을 내놓지 않은 상황이라, 최 부국장이 김정은의 또 다른 메시지를 들고 올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대화파로 분류되는 토머스 허버드, 캐슬린 스티븐스 전 주한 미대사가 포진했다. 특히 노무현 정부 첫해 주한 미대사로 재직했던 허버드 전 대사는 미국 내 한국 관련 대표 단체 중 하나인 코리아소사이어티 이사장을 맡고 있고, 외교적 해법을 강조하는 대표적인 비둘기파다. 로버트 칼린 미 스탠퍼드대 국제안보협력센터(CISAC) 객원 연구원은 북측 인사들과 접촉해 이번 대화의 실무작업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우리 대표로는 신각수 전 주일대사와 신정승 전 주중대사, 백종천 세종연구소 이사장(전 대통령통일외교안보정책실장), 조동호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원장, 김동엽 경남대 교수, 김준형 교수가 참석한다. 신각수, 신정승 전 대사는 북-일 정상회담과 북-중 관계 개선에 대한 조언을 건네고, 노무현 정부에서 2차 남북정상회담을 경험한 백 이사장은 남북대화 의제에 대한 대화를 나눌 것으로 예상된다.

청와대와 정부 당국자들의 다발적인 접촉 행보도 이어지고 있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허버트 맥매스터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야치 쇼타로 일본 국가안전보장국장과 17, 18일(현지 시간) 미 샌프란시스코에서 만나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남북 및 북-미 회담에 대해 논의했다. 19일 유럽연합(EU) 외교이사회 참석차 벨기에를 방문한 강경화 장관도 마르고트 발스트룀 스웨덴 외교장관과 회담을 갖고 지난주 리용호 북한 외무상의 스웨덴 방문 결과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고 외교부가 밝혔다.

신나리 journari@donga.com·신진우 기자 / 뉴욕=박용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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