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21일 토지공개념을 개헌안에 담기로 함에 따라 사유재산권 제한 논란이 다시 불붙게 됐다. 당장 시장에선 ‘토지공개념 3법’이 부활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개헌 논쟁이 이념 논쟁으로 확산되는 조짐도 보인다.》
○ 부동산 규제 헌법적 근거 강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소유와 처분을 공익을 위해 제한할 수 있다는 개념이다. 현행 헌법 23조와 122조에도 일부 반영돼 있다.
청와대는 토지공개념 명문화 배경으로 국토의 효율적 이용과 개발이 아닌 ‘투기 차단’을 제시했다. 조국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은 “투기로 말미암은 사회적 불평등 심화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고 밝혔다. 현행 헌법으로는 정부가 생각하는 부동산 규제를 담아내기 어렵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현 정부의 ‘종합부동산세 트라우마’에서 근원을 찾기도 한다. 종부세는 노무현 정부가 집값을 잡기 위한 근본 처방으로 도입했지만 ‘보유세 폭탄’ 논리에 밀려 정치적 위기를 자초한 데다 일부 위헌 판결까지 받았다. 이에 따라 헌법으로 정부가 토지의 소유와 이용, 처분 및 수익 환수를 통제할 수 있음을 못 박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부동산 정책을 총괄하는 김수현 대통령사회수석비서관이 토지공개념을 주창하는 ‘헨리 조지 학파’로 불린다는 점도 이런 전망에 설득력을 더하고 있다.
현재로선 개헌안이 국회를 통과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하지만 이번 발표로 정부가 추진하려는 정책 방향이 더 선명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당장 위헌 논란에 싸여 있는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가 힘을 얻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재초환은 재건축으로 인한 수익의 최고 50%를 환수하는 제도로 올해 1월 부활됐다. 2014년 한 재건축 단지가 헌법소원을 제기한 데 이어 최근 서울 재건축 단지들도 위헌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주택 임대차시장 안정, 지역상권 내몰림(젠트리피케이션) 방지 등 부동산 공공성 강화 방안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택지소유상한제와 토지초과이득세가 부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택지소유상한제는 대도시에서 200평 이상의 택지를 살 때 정부 허가를 받아야 하고, 토지초과이득세는 개발사업 등으로 인한 땅값 상승분의 50%를 세금으로 물리는 제도다. 조 수석은 “택지소유상한에 관한 법률은 위헌 판결을 받았고, 토지초과이득세법은 헌법 불합치 판결을 받았다. 개발이익환수법은 끊임없이 위헌 공격을 받고 있는 상황”이라며 헌법에 토지공개념을 도입하는 게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 “자유시장경제 포기” 반발, 이념논쟁 조짐
자유한국당은 이날 논평에서 “토지공개념 강화, 경제민주화 강화 등의 내용은 자유시장경제 포기 선언과 다름없다”며 “자유시장경제의 근간과 법치를 허물어뜨리겠다는 시도는 절대로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진보 진영은 “시대가 요구하는 가치”라며 환영했다. 노무현 정부에서 대통령 정책특별보좌관을 지낸 이정우 경북대 명예교수는 “한국은 토지에서 발생하는 불로소득으로 인한 불평등이 가장 심각한 나라”라며 “토지의 중요성을 감안하면 당연한 조치”라고 말했다.
토지공개념의 개념 자체가 명확하지 않아 이를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두성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토지공개념을 확대해석한 규제가 양산될 수 있다. 심하게는 주택거래허가제까지 나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도 “정부가 부동산 시장에 지나치게 개입하는 근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헌법 개정안의 전문과 조문을 전부 공개하지 않는 점에 대한 비판도 제기된다. 이석연 전 법제처장은 “같은 개념이라도 헌법에 어떤 문구로 반영되는지에 따라 파급력이 크게 달라진다. 토지공개념과 수도 조항 등 영향력이 큰 사안들에 대해 국민이 충분히 이해하고 납득할 수 있는 절차가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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