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21일 새벽에 입장문 써… 구속 예감한듯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3월 23일 03시 00분


[이명박 前 대통령 구속 수감]메모지 3장에 560자 분량
페북에는 어젯밤 11시 15분 올려
“국민 눈높이에 미흡한 부분 언젠가 할말 할수 있으리라 기대”
영장 발부소식 들은 이명박 前대통령, “생각보다 빨리 했네” 한마디

이명박 전 대통령이 22일 오후 11시 넘어 자신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 소식이 전해진 직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3장짜리 자필 
메모. 이 전 대통령은 하루 전인 21일 새벽 구속을 예감하고 미리 글을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명박 전 대통령 페이스북 캡처
이명박 전 대통령이 22일 오후 11시 넘어 자신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 소식이 전해진 직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3장짜리 자필 메모. 이 전 대통령은 하루 전인 21일 새벽 구속을 예감하고 미리 글을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명박 전 대통령 페이스북 캡처
이명박 전 대통령은 구속영장 발부가 결정된 직후인 22일 오후 11시 15분경 페이스북에 입장문을 내놨다. 560여자 분량으로 직접 적은 3장의 메모지 사진도 함께 공개했다.

이 전 대통령은 “지금 이 시간 누굴 원망하기보다는 이 모든 것은 내 탓이라는 심정이고, 자책감을 느낀다”며 메모를 시작했다. 이어 그는 “지나온 날을 되돌아보면 기업에 있을 때나 서울시장, 대통령직에 있을 때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 특히 대통령이 되어 ‘정말 한번 잘해 봐야겠다’는 각오로 임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과거 잘못된 관행을 절연하고 깨끗한 정치를 하고자 노력했지만 오늘날 국민 눈높이에 비춰 보면 미흡한 부분이 없지 않았다”고 다시 한번 자책했다.

그는 검찰 수사 과정을 언급하면서 “지난 10개월 동안 견디기 힘든 고통을 겪었다. 가족들은 인륜이 파괴되는 아픔을 겪고 있고, 휴일도 없이 일만 했던 사람들이 나로 인해 고통받는 것을 생각하면 잠을 이룰 수가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내가 구속됨으로써 나와 함께 일했던 사람들과 가족의 고통이 좀 덜어질 수 있으면 좋겠다. 바라건대 언젠가 나의 참모습을 되찾고 할 말을 할 수 있으리라 기대해 본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그는 이 글에서 “나는 그래도 대한민국을 위해 기도할 것이다”라고 적었다.

이 전 대통령은 실제 영장 발부보다 하루 빠른 2018년 3월 21일 새벽으로 날짜를 적었다. 이 전 대통령의 측근은 “구속을 예감하고 미리 작성해 둔 것”이라고 전했다. 이 전 대통령 스스로도 법원의 구속영장 발부를 각오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동관 전 대통령홍보수석은 “발부 소식을 듣고 이 전 대통령은 ‘생각보다 빨리 했네’라고 한마디 했다. (발부를) 예상한 듯 담담한 기색이었다”고 전했다. 이 전 대통령은 영장 발부 전에 현장을 찾은 측근들에게 “나 때문에 불철주야 고생 많다” “지방선거 정세는 어떠냐”는 말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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