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은 27일 오후 베이징(北京)의 영빈관 댜오위타이(釣魚臺) 양위안자이(養源齋)를 떠나기 전 작별인사차 악수를 하던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손을 두 손으로 꼭 잡았다. 그러자 시 주석도 두 손으로 김 위원장의 손을 잡았다.
관영 중국중앙(CC)TV는 28일 김 위원장의 방중 소식을 전하면서 아쉬운 표정으로 맞잡은 양손을 한참 흔드는 두 정상의 모습을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부인 리설주와 함께 시 주석, 시 주석 부인 펑리위안(彭麗媛) 여사와 인사를 나눈 뒤 검은색 특대형 메르세데스벤츠에 올랐다.
김 위원장과 리설주는 뒷좌석 창문을 내린 뒤 다시 손을 흔들며 시 주석 부부에게 작별 인사를 했고 시 주석 부부도 활짝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양위안자이는 청 건륭제 때인 1773년 건축돼 황제들이 나들이할 때 머물던 별궁이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이곳을 “김일성 동지가 중국의 선대 수령과 친선의 정을 두터이 한 유서 깊은 곳”이라고 보도했다. 시 주석도 “중-북 우의의 발전을 목격한 곳”이라며 “김 위원장이 리설주 여사와 자주 중국에 와 돌아보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의 방중은 형식상 ‘비공식 방문’이었지만 시 주석이 제공한 의전은 파격적인 국빈급이었다.
시 주석과 김 위원장은 이날 양위안자이에서 오찬을 했다. 이날 오전 11시(현지 시간)부터 김 위원장의 동선에 포함된 도로들이 통제와 해제를 반복하다 2시 반경 완전히 통제됐다. 이는 두 정상 간 오찬이 예상보다 길어져 ‘2시간 이상’ 이어졌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전날인 26일에도 오후 4시 반 베이징 인민대회당에 도착한 뒤 오후 10시 10분에야 떠났다. 베이징 방문 첫날 환영의식, 정상회담, 만찬, 공연 관람까지 5시간 40분 동안 시 주석과 함께한 것이다. 여기에 27일 오찬 시간(최소 2시간)을 더하면 불과 24시간밖에 안 되는 김 위원장의 베이징 체류 시간의 거의 3분의 1(최소 7시간 40분)을 시 주석과 함께 보냈고, 세 끼 식사 중 두 끼를 같이한 것이다.
26일 정상회담 뒤 환영만찬은 인민대회당에서 가장 화려한 내부 장식으로 유명한 진써다팅(金色大廳)에서 열렸다. 이 만찬에 공식 서열 2위인 리커창(李克强) 총리와 시 주석의 오른팔로 실질적 2인자인 왕치산(王岐山) 국가부주석이 참석해 최룡해 북한 조직지도부장을 사이에 두고 앉았다. 정상회담에 배석한 서열 5위 왕후닝(王滬寧) 당 중앙서기처 서기 등 상무위원(최고지도부) 7명 가운데 3명이 출동했다. 여기에 정상회담에 배석한 딩쉐샹(丁薛祥) 당 중앙판공청 주임, 양제츠(楊潔篪) 정치국 위원, 황쿤밍(黃坤明) 공산당 중앙선전부장, 궈성쿤(郭聲琨) 중앙정법위 서기, 차이치(蔡奇) 베이징시 서기까지 상무위원을 제외한 18명의 정치국 위원 중 5명이 만찬에 참석했다.
시 주석은 만찬 축사에서 “대지에 봄이 오고 만물이 소생하는 아름다운 시절”이라고 했고, 김 위원장은 “기쁨이 가득 차고 희망적인 신춘(新春)”이라고 했다. 두 정상 다 봄을 거론하면서 북-중 관계 개선에 한목소리를 낸 것이다. 김 위원장은 시 주석을 “총서기 동지”, 시 주석은 김 위원장을 “위원장 동지”라 불렀다.
정상회담에 상무위원 서열 5위인 왕 서기가 배석한 것도 파격적 환대다. 그동안 중국은 정상회담에 상무위원이 배석하지 않아 왔다. 지난해 11월 방중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 때 서열 4위 왕양(王洋) 상무위원이 배석했던 게 유일하다. 왕 서기는 김 위원장이 이날 베이징에 도착했을 때 직접 영접했는데, 트럼프 대통령의 베이징 도착 때 정치국 위원인 양제츠가 나갔던 것에 비해 격이 높다. 지난해 12월 문재인 대통령 때는 차관보급인 쿵쉬안유(孔鉉佑)가 나왔다. 25일 김 위원장이 탄 ‘1호열차’가 북-중 접경지역 단둥(丹東)에 도착했을 때는 쑹타오(宋濤) 대외연락부장이 영접했다. 김 위원장을 배려해 중국 측 배석자의 이름과 직책을 한자어 그대로 표기한 것도 눈에 띄었다. 왕후닝을 왕호녕으로 적는 식이다.
왕 서기와 딩쉐샹 주임은 27일 김 위원장이 중관춘(中關村)의 중국과학원 문헌정보센터 방문에도 동행했다. CCTV는 김 위원장이 “중국이 과학기술 발전 혁신 분야에서 얻는 성과에 탄복했다”고 전했다. 조선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이 방명록에 “위대한 린방(이웃)인 중국의 강대함을 알 수 있다. 중국 공산당의 현명한 영도(지도)하에 훌륭한 과학의 성과를 달성하게 될 것”이라고 썼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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