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방불명자 묘역 묵념 문재인 대통령(가운데)이 제주4·3평화공원에서 열린 제주도4·3사건 희생자
추념식에 앞서 행방불명자 묘역에 헌화한 뒤 묵념하고 있다. 현직 대통령이 4·3 추념식에 참석한 것은 2006년 노무현 전 대통령
이후 12년 만이다. 제주=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제주도4·3사건과 관련해 “국가 폭력으로 말미암은 고통과 노력에 대해 대통령으로서 다시 한번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3일 제주4·3평화공원에서 열린 4·3 희생자 추념일 추념사에서 “더 이상 4·3의 진상 규명과 명예 회복이 중단되거나 후퇴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현직 대통령이 4·3 추념식에 참석한 것은 2006년 노무현 전 대통령 이후 12년 만이다.
문 대통령은 “4·3의 진실은 어떤 세력도 부정할 수 없는 분명한 역사의 사실로 자리를 잡았다는 것을 선언한다”며 “국가권력이 가한 폭력의 진상을 제대로 밝혀 희생된 분들의 억울함을 풀고 명예를 회복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4·3사건은 1948년 4월 3일 제주에서 일어난 소요사태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민간인 희생 사건이다. 이 사건으로 약 3만 명의 제주 주민이 희생된 것으로 추정된다.
문 대통령은 “아직도 4·3의 진실을 외면하는 사람들이 있다. 아직도 낡은 이념의 굴절된 눈으로 4·3을 바라보는 사람들이 있다”며 “이제 우리는 아픈 역사를 직시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희생자들을 위한 정부 차원의 배상 및 보상과 국가트라우마센터 건립 등을 약속했다. 또 문 대통령은 “오늘의 추념식이 4·3 영령들과 희생자들에게 위안이 되고, 우리 국민들에겐 새로운 역사의 출발점이 되길 기원한다”며 “제주에 봄이 오고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4월 3일엔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마지막 경선이 치러진 탓에 추념식에 참석하지 못했다. 당시 문 대통령은 “정권 교체를 이루고 내년 추념일에는 대통령의 자격으로 기념식에 참석하겠다”고 약속했다.
문 대통령은 추념식 뒤 열린 유가족들과의 오찬에서 “제가 약속을 지키게 됐구나라는 안도감이 든다”고 말했다. “4·3의 완전한 해결을 위해 흔들림 없이 나아갈 것”이라는 문 대통령의 말에 유가족들은 “고맙수다”라고 외치며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청와대는 당초 27일 열리는 남북 정상회담의 개최 장소 중 하나로 제주를 검토했다. 청와대는 “4월 정상회담 뒤 후속 정상회담이 남측에서 열린다면 ‘평화의 땅’이라는 상징성이 있는 제주는 여전히 유력한 후보지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 역시 이날 “제주는 깊은 상흔 속에서도 지난 70년간 평화와 인권의 가치를 외쳐 왔다”며 “이제 그 가치는 한반도 평화와 공존으로 이어지고 인류 전체를 향한 평화의 메시지로 전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4월 3일은 제주 양민들이 무고한 죽임을 당한 날과는 아무런 연관이 없는 좌익 무장폭동이 개시된 날”이라며 “특별법을 개정할 때 무고한 양민이 희생된 날을 추모일로 고쳐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홍 대표는 “이날을 제주 양민이 무고하게 희생된 날로 잡아 추념한다는 것은 오히려 좌익 폭동과 상관없는 제주 양민들을 모욕하는 것”이라며 “김대중 전 대통령도 1998년 미국 CNN 방송과 인터뷰할 때 제주 4·3은 ‘공산 폭동’이라고 말한 바가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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