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도 1, 2학년서 전학년으로… 2022년까지 예산 1조원 투입
“아이 가고싶게 질도 높여야” 지적
초등학교 2학년생 아들을 둔 한모 씨(36·여)는 올해부터 아이를 초등 돌봄교실에서 간식을 먹인 뒤 오후 4시부터는 영어와 태권도 학원을 번갈아 보낸다. 돌봄교실에만 맡기지 않는 이유에 대해 한 씨는 “아이가 초등 돌봄교실에서 1년을 지낸 뒤 ‘지루해서 가기 싫다. 집에 혼자 있게 해달라’고 해서 애를 먹었다”고 말했다. 돌봄교실 이용은 좋았지만 아이도 엄마도 돌봄서비스의 질에는 만족하지 못했다.
맞벌이 부부인 임모 씨(35·여)는 돌봄교실에 갔다가 깜짝 놀랐다. “아픈 아이가 방치돼서 책꽂이 사이에 기대어 자고 있어서 큰 충격을 받았어요. 이렇게 하면서까지 아이를 놔둔 채 회사를 계속 다녀야 하나 회의가 들었죠.”
정부가 2022년까지 초등학생 돌봄 공백을 해소하기 위해 학교가 운영하는 학교돌봄 10만 명, 지방자치단체 등이 운영하는 마을돌봄 10만 명을 각각 확대하는 방침을 4일 내놨다. 돌봄서비스를 받는 초등학생이 현재의 33만 명에서 53만 명으로 늘어난다.
돌봄 대상 아동은 초등학교 1, 2학년에서 모든 학년으로 단계적으로 확대한다. 운영시간 도 오후 5시에서 오후 7시까지 연장해 저녁돌봄을 강화한다.
새로 짓는 학교는 돌봄교실 설치를 의무화하고, 기존 돌봄교실은 증축할 예정이다. 학교가 아닌 지자체가 돌봄교실을 운영할 수 있도록 학교 안 빈 교실 1500개를 개방하기로 했다. 정부는 온종일 돌봄체계 구축을 위해 5년간 매년 2200억 원씩 투입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4일 서울 성동구 경동초등학교에서 열린 ‘온종일 돌봄학교 정책간담회’에 참석해 “다섯 살까지는 무상보육이 실시되는 데 비해 초등학생의 경우 방과 후 돌봄 공백이 심각하다”며 “초등학생의 방과 후 돌봄 공백은 육아 병행을 어렵게 만들고 특히 여성에게는 출산 이후의 경제 활동을 포기하게 만드는 가장 큰 이유가 되고 있다”며 이 같은 계획을 밝혔다.
정부가 맞벌이 부부의 돌봄 공백 해소에 팔을 걷고 나선 점은 긍정적이지만 돌봄서비스의 ‘질’에도 신경 써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현재는 돌봄전담사 한 명이 20명을 돌봐야 하기 때문에 아이들을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 맞벌이 부부들의 가장 큰 불만이다. 내실을 다지는 노력이 없으면 헛돈만 쓸 가능성이 높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