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식 해외출장 동행 女비서는 인턴… 귀국후 ‘고속 승진’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4월 10일 03시 00분


한국당 “인턴이 정책보좌 말안돼… 인턴 종료 1년 반만에 7급 승진”
김기식, 中출장때 개인관광 드러나… “공식 일정만 소화” 해명과 달라
野 “본인 주도한 청탁금지법 위반”
靑 “국민 눈높이 어긋난 점 인정… 해임할 만큼 심각하지는 않아”

‘외유성’ 해외출장 논란에 휩싸인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의 해명이 사실과 다른 것으로 드러나면서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김 원장이 2015년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의 비용 지원을 받아 간 미국·유럽지역 출장에 동행했던 여자 비서가 당시 인턴 신분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 같은 해 우리은행의 지원으로 다녀온 중국·인도 출장 때도 공식 일정만 소화했다는 김 원장의 해명과 달리 개인 관광을 한 사실도 드러났다.

청와대는 국민 눈높이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김 원장을 해임할 정도로 심각한 것은 아니라며 김 원장을 엄호하고 나섰다.

9일 국회에 따르면 당시 김 원장의 해외출장에 동행했던 비서는 김 원장이 금감원장으로 취임하기 전까지 소장을 맡았던 더미래연구소의 연구원으로 재직 중인 김모 씨(29·여)다. 그는 김 원장이 19대 의원일 때인 2012년 6∼8월과 2015년 1∼6월 등 두 차례에 걸쳐 의원실에서 인턴 생활을 했다. KIEP가 비용을 부담한 미국·유럽 출장은 김 씨의 두 번째 인턴 재직 기간에 이뤄졌다.

앞서 8일 김 원장은 국회 재직 때의 외유성 출장 논란에 대해 해명하며 “당시 동행한 비서는 행정·의전 담당 비서가 아니라 경제·인문사회연구회 및 산하 연구기관을 총괄 담당하는 정책비서였다”고 해명했지만 김 씨가 인턴 신분이라는 점은 밝히지 않았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원내대책회의에서 “인턴은 엄연한 교육생이다. 정책 업무 보좌로 인턴을 동행했다는 것 자체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김 씨가 인턴 기간 종료 후 1년 반 만에 7급 정규 비서관으로 승진한 것을 두고도 야당에서는 “일반적인 경우가 아니다”라며 ‘특혜 의혹’을 제기했다.

또 김 원장은 2015년 5월 우리은행의 지원을 받아 간 중국·인도 출장에 대해 “출장 목적에 맞는 공식 일정만 소화했다”고 해명했지만 중국 출장 중 관광 일정도 포함됐던 것으로 확인됐다. 김 원장은 출장 첫날 우리은행 충칭 분행 개점식에 참석한 뒤 이틀째 오후 5시에 출발하는 인도 첸나이행 비행기를 타기 전까지 우리은행 편의를 받아 시내 관광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야권에서는 김 원장이 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 입법을 주도했다는 점에서 외유성 출장의 심각성이 크다고 지적하고 있다. 조배숙 민주평화당 대표는 “김 원장은 시민단체 시절 부정부패 정치인의 퇴출운동을 주도했고 국회에서는 김영란법 입법을 주도했다”며 “그래서 더 가증스럽다”고 지적했다.

김 원장은 이날 설명자료를 통해 “정무위 의원 시절 비서와 인턴을 구분하지 않고 소관 부처별로 담당자를 두고 운영했다”고 해명했다. 또 초고속 승진 지적에 대해서도 “결원이 생길 때마다 주로 내부 승진을 시켰다”며 특혜를 준 것이 아니라고 밝혔다.


청와대도 이날 김 원장에 대한 지원 사격에 나섰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브리핑을 열고 “국민의 기대와 눈높이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은 겸허하게 받아들이나 그렇다고 해임에 이를 정도로 심각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을 내렸다”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조국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이 임종석 비서실장 지시에 따라 이달 6∼9일 김 원장의 의혹에 대한 내용을 확인했다”며 “그 결과 의혹이 제기된 해외출장 건은 모두 공적인 목적으로 이뤄진 것이며 적법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덧붙였다. 민정수석실은 김 원장과 해외출장에 동행했던 홍일표 청와대 선임행정관에 대해서도 조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청와대 내부에서도 김 원장에 대한 국민 여론이 악화되고 있는 데 대해 적지 않은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 직원들의 익명 페이스북 페이지인 ‘여의도 옆 대나무 숲’에는 여성 인턴 동행에 대해 “인턴을 대동한 국외 출장은 여성이 아니라 남성이라고 해도 이상할 정도”라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황태호 taeho@donga.com·문병기·홍정수 기자
#김기식#해외출장#한미연구소#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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