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이 19대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이던 2015년 5월 25일부터 6월 3일까지 피감기관인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비용으로 간 미국과 유럽 출장 직선거리를 모두 합하면 총 2만8295km다. 지구 북반구를 시계 반대 방향으로 한 바퀴 돈 셈이다. 김 의원과 김모 비서, KIEP 관계자 등 총 6명이 국제기구 네트워크 점검 명목으로 미국, 벨기에, 이탈리아, 스위스를 다녀왔다.
특히 김 원장 일행이 이탈리아 로마에 체류한 2박 3일 일정에 ‘외유성 관광’ 의혹이 제기된다. 28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를 방문한 김 원장은 29일(금)부터 31일(일)까지 로마에 머물렀다. 당시 이탈리아는 4일간의 황금연휴 기간이었다. 이 기간에 공식 일정은 29일 이탈리아 중앙은행 관계자와의 1시간 반가량의 면담 일정 하나뿐이었다. 출장 계획서상 30일(토)은 ‘휴일’로 기재돼 있고, 31일에도 로마∼제네바 이동 외에는 공식 일정이 없다.
로마 일정 때문에 이동 거리가 더욱 길어졌다. 전 세계 거리를 계산하는 ‘www.geori.org’상 브뤼셀∼제네바 거리는 535km다. 로마를 경유하면 1870km(브뤼셀∼로마 1174km, 로마∼제네바 696km)가 된다.
국회 정무위 소속 김종석 자유한국당 의원은 “로마에 3일이나 머물러야 할 명분과 이유가 분명치 않다”고 주장했다. 관광을 위해 로마를 경유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김 원장은 당시 로마 일정에 대해 “유럽에서 해본 면담 중 기관 측이 가장 성의 있는 모습을 보여 준 3대 면담 중 하나”로 평가했다. 황금연휴 직전에 중앙은행 관계자가 6명이나 나왔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한국당은 김 원장이 20대 총선에 낙선하고 19대 의원 임기 만료 전인 2016년 5월 20일부터 27일까지 독일과 네덜란드, 스웨덴으로 해외 출장을 다녀온 사실도 추가 폭로했다. “국고로 반납해야 할 정치자금을 삥땅치는(가로챈) ‘땡처리’ 외유”라는 것이다. 김 원장의 임기는 그해 5월 29일 종료됐다. 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김 원장은 김모 비서를 동행한 이 출장에서 독일 쾰른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숙박비로 각각 22만9000원, 51만 원을, 차량 렌트비로 총 109만 원을 지출했다”며 “현재까지 확인된 (김 원장의 독일 출장 당시) 공식 일정은 20일 산업은행 프랑크푸르트 사무소에서 독일의 금융정책기관인 KfW(독일재건은행) 퇴직임원과 면담한 것이 전부”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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