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성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기지 내에 장병 생활 여건 개선 공사를 위한 장비와 자재를 반입하려던 군 당국의 계획이 격렬한 시위에 막혀 무산됐다.
12일 경찰에 따르면 사드 반대 단체 소속 회원과 주민 등 150여 명은 사드기지 앞 진밭교 일대를 이날 오전 2시부터 불법 점거했다. 사드기지 정문에서 500여 m 떨어진 진밭교는 기지로 가는 유일한 통로다.
시위대는 알루미늄 막대기 20여 개를 격자 형태로 용접해 ‘ㅁ’자 모양의 공간 수십 개가 나오도록 한 ‘특수 시위 장비’로 진밭교 왕복 2차로 전체를 덮었다. 이어 시위대 60여 명은 ‘ㅁ’자 모양 공간에 각자 머리를 넣고 앉은 뒤 그물까지 덮어쓰는 방법으로 경찰이 강제해산에 나설 경우 사고 우려가 높은 상황을 만들었다.
경찰은 3000여 명을 동원해 오전 10시 35분경부터 시위대를 1명씩 장비 밖으로 빼내는 방법으로 강제해산을 시도했다. 이 과정에서 격렬히 저항하는 시위대와 경찰 간 무력충돌이 발생하면서 시위대 10여 명이 부상했다.
결국 국방부는 시위대와의 협상을 통해 지난해 11월 기지로 들어갔지만 시위대에 막혀 공사 인력과 자재를 투입하지 못해 녹이 슨 채 방치된 굴착기 등 공사 장비를 우선 반출하기로 했다. 군은 이날 오후 트레일러 12대를 기지로 들여보내 기존 공사 장비들을 실어 반출했다. 추가 공사에 필요한 장비를 반입하는 문제에 대해선 16일 시위대와 재논의해 결정하기로 했다.
시위대의 기지 앞 점거로 사드 운용 장병 생활관의 지붕 방수 공사나 오폐수 처리 시설 공사가 계속 지연되고 있다. 한미 장병 300여 명은 이곳에 있던 골프장 클럽하우스를 생활관으로 바꿔 이용하고 있는데, 조리시설이 없어 주로 전투식량으로 끼니를 때우고 있는 실정이다. 변기도 대부분 고장 나 오폐수가 넘치고 지붕에서는 물이 샌다고 한다. 군 관계자는 “공사 장비를 반입하더라도 장병 생활 여건 개선을 위한 장비만 반입하고 사드의 최종 배치를 위한 장비는 일반 환경영향평가가 끝날 때까지 반입하지 않을 것”이라며 “주민들을 최대한 설득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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