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MB) 전 대통령의 국회의원 시절 비서관이었던 김유찬 씨는 이 전 대통령이 자신의 차명재산을 지키기 위해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을 배신했다고 주장했다.
김 씨는 13일자 세계일보와 인터뷰에서 "2006년 서울 광화문 모처에서 이 전 대통령 캠프에서 일한 주모 씨와 함께 정 회장의 종손인 정모 박사에게 이 전 대통령과 정 회장의 결별 이유를 들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정 박사에 따르면 1992년초 이미 이 전 대통령의 가·차명 재산의 상당 부분을 파악하고 있던 당시 노태우 정권이 정 회장의 (국민당) 황색돌풍을 잠재우기 위해 '다른 사람 명의로 돼 있는 차명재산을 뺏기고 감옥 갈래, 아니면 우리에게 협조하고 전국구 국회의원 감투 받을래'라고 이 전 대통령을 압박했고, 이 전 대통령은 이에 후자를 선택했다"고 덧붙였다.
김 씨는 이에 대해 "정 회장을 배신하고 재산을 지키고 감투(전국구 의원)를 받는 게 그의 기준으로 보면 남는 장사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1996년 제15대 총선 때에도 정 회장과 이 전 대통령의 수수께끼 같은 결별 이유를 주목하지 않을 수 없었다"며 "이 전 대통령이 쓴 자서전 '신화는 없다'와 몇몇 책자를 봐도 억지 합리화를 하려니 논리적으로 설명이 되지 않는 부문이 눈에 확 들어왔다"라고 말했다.
이 전 대통령은 자서전 '신화는 없다'(1995) 등을 통해 정 회장과 함께 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의리가 아닌 정치 철학에 따라 행동해야 한다며 "만약 현대라는 재벌이 정치 참여로 권력을 갖게 됐을 때 사회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쉽게 예상할 수 있었다. 이것이 내가 함께 갈 수 없었던 큰 이유의 하나였다"라고 했다.
한편 김 씨는 이 전 대통령이 보좌관들에게 인색했다고 평가했다. 김 씨는 "하루는 (1996년경) 종로구 지구당 사무국장 K 씨가 현장의 분위기를 보고하며 조직부장 등이 너무 고생하고 경비가 들어가 자기 개인비용도 쓰는 형편이니 급여를 30만원 정도 올려달라고 건의했다. 그때 조직부장의 급여가 120만원 정도였다. 그러자 나온 첫마디는 '뭐 하는 일 있다고 월급을 올려달라고 해, 일 없어'하고 일언지하에 묵살했다. 같은 시기 나는 국회 담당 비서관으로 40여명의 기자를 관리하고 있었는데 월 4000만원 가량이 나갔다. 자신의 이미지 관리를 위해선 아낌없이 물 쓰듯이 했지만 정작 자신의 수족들은 노예처럼 부리며 사람대접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라고 기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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