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생존한 한국 전직 대통령은 전두환, 노태우, 이명박, 박근혜 등 모두 4명이다. 이들은 사후 국립묘지에 안장될 수 있을까. 아직 확실한 건 ‘누구나 죽는다’는 사실뿐이다.
현행법상 박 전 대통령은 국립묘지에 안장될 수 없다. 국립묘지법은 탄핵이나 징계 처분으로 파면된 사람은 국립묘지에 안장될 수 없도록 했다. 박 전 대통령은 헌법재판소 탄핵에 이어 1심 형사 재판에서 징역 24년이 선고됐다. 물론 어느 정당이 집권하느냐에 따라 정국이 급변하고, 사면·복권 카드가 있어서 쉽사리 상황을 점치기 어렵다는 얘기도 있다.
110억 원대 뇌물, 350억 원대 횡령 혐의로 구속 기소된 이 전 대통령은 재판 결과에 따라 안장 여부가 달라질 수 있다. 국립묘지법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혐의 등으로 유죄가 확정되면 국립묘지 안장을 불허한다.
전 전 대통령과 노 전 대통령에게는 사면·복권의 성격에 대한 법적 판단이 국립묘지 안장의 최대 쟁점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 전 대통령은 내란죄 및 반란죄, 수뢰죄 등으로 무기징역이 선고됐다가 1997년 12월 특별사면·복권됐다. 내란죄로 징역 17년이 선고된 노 전 대통령도 특별사면·복권됐다.
국립묘지법은 내란죄로 유죄가 확정되면 국립묘지에 안장될 수 없다고 규정했다. 그런데 내란죄 유죄가 확정된 뒤 사면·복권된 경우에 대한 ‘명시적’ 규정이 없다. 2011년 8월 뇌물죄 등으로 실형을 선고받은 전 전 대통령 경호실장 고 안현태 씨가 사면·복권 등을 이유로 국립묘지 안장 결정이 났다. 이와 관련해 2009년 8월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당시 김경한 법무부 장관이 국무회의에서 “사면복권이 되면 국립묘지 안장 자격도 회복시켜 주는 것으로 법무부가 판단했다”고 발언한 것으로 12일 확인됐다. 이는 법무부가 김 전 대통령의 국립묘지 안장을 둘러싼 법적 쟁점을 해결해준 셈이어서 발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본보가 정보공개 청구로 확인한 당시 국무회의록에 따르면 김 장관은 “김 전 대통령은 내란 음모, 계엄령 위반은 재심 무죄를 선고받았다. 그러나 국가보안법 부분은 사면복권만을 받았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이전의 사례를 보면 사면복권을 받았다고 해도 국립묘지에 안장할 수 없다는 결론이었다. 그런데 법무부에서 최근 이 문제를 재검토한 결과 사면복권이 선거권과 피선거권 그리고 국립묘지에 안장될 자격도 회복시켜 주는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법무부의 판단이 추후 다른 전직 대통령의 국립묘지 안장을 둘러싼 논란의 불씨가 될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전 전 대통령, 노 전 대통령도 사면복권을 받았으니 국립묘지 안장 자격을 회복하는 것 아니냐는 것.
논란이 지속되자 더불어민주당 강창일 의원은 내란죄로 실형을 선고받은 범죄자는 사면·복권을 받았더라도 국립묘지에 안장될 수 없도록 하는 국립묘지법 개정안을 지난해 5월 발의했다. 강 의원은 “사면·복권이 이뤄졌더라도 내란죄 등 이미 저지른 범죄 사실은 없어지지 않는다. 군부 세력에 희생당한 희생자와 유족에 대한 사죄가 우선”이라고 했다.
그러나 “DJ는 원칙을 변경해 가며 국립묘지에 안장했는데 노 전 대통령과 전 전 대통령은 국립묘지 안장을 원천 차단하느냐”란 일부 반발도 있어 전 전 대통령의 국립묘지 안장을 둘러싼 논란은 지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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