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의 한 중진 의원은 김기식 금융감독원장 지명 논란에 대해 이같이 지적했다. 일반적인 여론은 말과 행동이 다른 처신과 매일같이 터져 나오는 새로운 의혹을 두고 “과연 김 원장이 경제검찰의 수장으로서 적절한 인사인가”를 묻고 있는데 청와대는 엉뚱하게 “의혹이 위법한지 따져보자”고 나섰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여권에서조차 ‘김기식 파문’이 높은 지지율에 취한 청와대의 불통 논란으로 번지지는 않을지 우려가 나온다.
○ 文, 처음으로 “사임” 언급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김 원장 사태에 대해 처음으로 메시지를 내놓은 것은 악화된 여론을 더는 두고 볼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연설비서관실을 통하지 않고 직접 메시지를 작성해 김의겸 대변인에게 전달했다.
문 대통령은 “국회의원의 피감기관 지원 해외출장이 위법 여부를 떠나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국민의 비판은 겸허하게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피감기관 돈으로 여러 차례 외유를 떠난 김 원장의 처신에 문제가 있다고 인정한 것이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그러나 당시 국회의 관행이었다면 야당의 비판과 해임 요구는 수긍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고 선을 그었다. 연일 야당이 김 원장에 대한 공세를 펼치고 있지만 등 떠밀리듯이 사퇴를 결정하지는 않겠다는 것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김 원장이 물러나더라도 명확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 문 대통령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위법한지, 당시 관행이었는지 먼저 확인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문 대통령의 메시지가 김 원장 사태의 출구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의 한 초선 의원은 “변호사 출신의 문 대통령에게는 법리적 판단이 중요할지 모르지만 국민의 인식은 그게 아니라는 게 문제”라고 답답해했다.
또 청와대가 위법성을 따져보자며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관련 내용을 문의한 것도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선관위는 청와대가 전날 질의한 네 가지 사항 중 후원금을 제외한 세 항목은 소관 사항이 아니라고 밝혔다.
○ 김기식은 낙마해도 조국은 지킨다?
청와대 안팎에선 “경제·재벌개혁에 대한 반감이 김 원장에 대한 과도한 공세로 이어지고 있다”는 기류도 있다. 청와대가 19, 20대 의원들의 피감기관 지원 출장 횟수를 공개한 것도 이런 생각을 갖고 있는 강경파 참모들이 주도했다.
문 대통령도 이런 인식에 공감하는 태도를 보였다. 문 대통령은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한 분야는 과감한 외부 발탁으로 충격을 주어야 한다는 욕심이 생긴다”며 “하지만 과감한 선택일수록 비판과 저항이 두렵다”고 했다. 참여연대 출신으로 부처 근무 경험이 없는 김 원장을 발탁한 이유가 개혁에 있다는 설명이다. 청와대가 위법성 논란을 들고나온 것도 논란이 조국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에까지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도 있다. 참여연대에서 활동했던 조 수석은 김 원장 관련 의혹을 두 차례나 검증하고 “적법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에 따라 야당은 검증 부실의 책임을 물어 조 수석을 다음 공세 대상으로 삼겠다는 계획이다. 여권 관계자는 “해외출장의 부적합 기준이 불명했기 때문에 조 수석에게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는 논리를 청와대가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與도 “김기식은 평균 이하” 부글부글
문 대통령은 이날 “(김 원장의) 피감기관 지원 해외출장이 당시 의원들의 관행에 비추어 도덕성에서 평균 이하라고 판단되면 위법이 아니더라도 사임토록 하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이 국회의원 전체의 도덕성을 문제 삼고 나서면서 여당도 들끓었다.
한 중진 의원은 “도덕성의 평균이 무엇인지 누가, 어떻게 입증할 수 있겠느냐”며 “기업 비용의 출장을 ‘로비’라고 질타해 놓고 자신은 수차례 비용을 지원받았다는 게 김 원장 문제의 본질”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여당 의원들조차 △출장비용 전액을 피감기관이 부담했고 △다른 당 의원 없이 홀로 출장을 갔고 △인턴 비서까지 동행한 점 등의 이유로 김 원장의 출장이 이례적이라고 보고 있다.
여기에 전날 청와대는 피감기관 지원으로 떠난 여야 의원들의 출장 횟수를 공개하며 비용 부담 비율은 밝히지 않았다. 이에 대해 여당 의원들은 “국회, 피감기관, 의원 등이 비용을 나눠 내는 경우가 더 많은데 마치 청와대는 167건의 출장이 100% 피감기관 돈으로 이뤄진 것처럼 발표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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