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 2주일 앞두고 제1야당 대표 전격 초청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4월 14일 03시 00분


문재인 대통령-홍준표 대표 靑회담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오후 청와대에서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와 영수회담을 갖고 있다. 왼쪽부터 강효상 한국당 대표 비서실장, 문 대통령, 홍 대표, 한병도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오후 청와대에서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와 영수회담을 갖고 있다. 왼쪽부터 강효상 한국당 대표 비서실장, 문 대통령, 홍 대표, 한병도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 청와대 제공
13일 오전 10시 반 자유한국당에서 긴급 최고위원회의가 소집됐다. 홍준표 대표는 최고위원들에게 문재인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단독회담 제의 사실을 처음 공개했다. 그는 “남북 문제 등 외교·안보 현안만 다루자는 것을 국내 정치 현안까지 같이 대화하자고 역제의했고, 문 대통령이 수용했다”고 설명했다.

당 최고위원들은 일제히 “문 대통령이 왜”라는 의문을 제기했다. “지난해 말부터 홍 대표가 문 대통령과의 일대일 단독회담을 요구했는데 수용하지 않다가, 갑자기 제의하는 이유와 의도가 뭐냐”는 것이다. “그냥 밖으로 보여주기 위한 ‘대화 쇼’를 하자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었다. 문 대통령과 홍 대표의 회담 내용을 놓고 보면 모든 사안에서 ‘평행선’을 달리며 각자의 주장을 교환한 수준으로, 이 예측이 크게 틀리지 않았다는 얘기가 나온다.

○ “존 볼턴의 ‘보수야당 설득’ 옵션론” 제기


이날 회동에선 처음엔 문 대통령과 홍 대표만 테이블에 앉았지만, 홍 대표는 별도의 뒷자리에 앉아 있던 한병도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과 홍 대표의 비서실장인 강효상 의원을 불러 함께 앉도록 했다. 신경질적인 질문과 답변을 노골적으로 주고받기도 했던 지난달 7일 대통령-여야 5당 대표 회담에서와 달리, 단독 회담에선 서로를 깍듯이 대하면서도 뼈 있는 말을 주고받았다.

문 대통령은 홍 대표에게 집요할 정도로 “남북 대화에 반대하지 말아 달라”는 요구를 두세 차례 반복하며 설득했다고 한다. 이에 홍 대표는 ‘우리가 정상회담을 여는 데 한 번도 반대한 적이 없는데 왜 그러시느냐’는 뜻으로 중간중간에 “회담 자체를 반대하지 않는다”고 몇 차례 말했다. 홍 대표는 문 대통령에게서 남북 회담에 대한 새로운 구상이나 정보를 기대했지만 그런 내용은 전혀 없었다고 한다.

회담에 배석한 강 의원이 메모한 대화록 19장 중 12장이 이런 반복된 공방이었고, 7장이 김기식 금융감독원장 임명 철회 등 홍 대표가 요구한 국내 정치 현안이었다.

이런 대화 내용 때문에 야당 일각에선 “존 볼턴 신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이 방미 중인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에게 ‘정상회담 전 보수야당을 설득하는 게 우선이지 않으냐’는 ‘옵션’을 내건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돌았다. 한국당 관계자는 “청와대가 반대하던 일대일 회담을 돌연 제의하면서 의제 설정도 없이 무작정 만나자고 추진한 것을 보면 무엇인가 ‘외부 요인’이 있었다는 것으로밖에 설명이 안 된다”고 했다.

그러나 민주평화당 박지원 의원은 “내가 (12일 남북 정상회담 자문단 회의에서 문 대통령에게) ‘홍 대표가 단독회담을 원하니 만나셔서 설명, 설득하시라’고 제의했다”고 페이스북에 쓰기도 했다. 한 수석은 “4월 중요한 시기에 제1야당 대표를 만나 설명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한 것이지, 다른 의도는 없다”고 말했다.

○ 문 대통령 “정치인 수사 어쩔 수 없어”

국내 정치 현안에 대해서도 양보 없는 줄다리기만 했다. 홍 대표는 문 대통령에게 “노무현 대통령 때 선거 중립 의무를 지키지 않아 탄핵 제소가 됐다. 지방 출장도 삼가 주시고 지방선거에 엄중히 중립을 지키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박근혜 전 대통령의 형량이 과하다. 이제 이명박 전 대통령까지 구속됐으니 정치보복은 그만해 줬으면 한다. 대통령과 수석비서관 비서관 행정관 장관 차관까지 싹쓸이한 정권이 있었느냐”고도 했다.

문 대통령은 다른 현안에 대해선 대답하지 않고 경청하기만 했지만 ‘정치보복’ 주장에 대해선 “검찰 수사는 대통령이 개입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강 의원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전직 대통령의 일은 안타깝다. 김 원장에 대한 해임이나 개헌 문제는 모두 내 권한이기 때문에 다 경청하지만 수사 문제는 내가 할 수 있는 게 아니다”고 말했다.

최우열 dnsp@donga.com·최고야·한상준 기자
#문재인 대통령#홍준표#청와대#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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