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후원금은 검증대상 아니었다”… 책임론 쏠린 조국 감싸기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4월 17일 03시 00분


[김기식 금감원장 사퇴]“최악의 상황” 당혹한 靑

굳은 표정의 김기식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이 16일 서울 마포구 저축은행중앙회에서 열린 간담회에 참석하기 
위해 행사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김 원장은 이날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자신의 ‘셀프 후원’ 의혹에 대해 위법하다고 결정하자 문재인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했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굳은 표정의 김기식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이 16일 서울 마포구 저축은행중앙회에서 열린 간담회에 참석하기 위해 행사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김 원장은 이날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자신의 ‘셀프 후원’ 의혹에 대해 위법하다고 결정하자 문재인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했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최악의 상황이 됐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16일 청와대가 의뢰한 적법 판단 사항 중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의 ‘셀프 후원’ 의혹을 위법으로 결론 내리면서 여권 전체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쏟아지는 의혹에도 불구하고 김 원장을 엄호하던 청와대는 이제 고스란히 그 후폭풍에 온몸을 노출하게 됐다. 특히 정치권의 공세가 집중되고 있는 조국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 등 청와대 민정라인도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댓글 조작’ 사건의 핵심인 드루킹이 백원우 대통령민정비서관을 만난 게 새로 밝혀지면서 민정라인이 그야말로 정국 회오리의 한복판에 들어서고 있는 듯한 모양새다.

○ 靑 “이런 결론 예상한 건 아니다”라며 당혹

청와대는 하루 종일 김 원장에 대한 선관위의 결정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나서 “하나라도 위법 사실이 있으면 사임토록 하겠다”고 밝힌 상황에서 선관위의 결정에 따라 김 원장의 거취는 물론이고 청와대의 책임론까지 불거질 수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그래도 내부에서는 마지막까지 위법을 가리기 쉽지 않다는 식의 결론이 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고 전했다.

청와대는 이날 선관위 결정에 대해 수용 의사를 밝히면서도 선관위의 결론이 과거 김 원장의 문의 때와 다소 달라졌다는 점을 애써 강조했다. 윤영찬 대통령국민소통수석비서관은 “김 의원이 선관위에 정치자금 처리 문제를 문의했고, 선관위는 ‘종전 관례상’이라는 문구로 답했다”며 “김 의원은 문제가 없다고 해석했고 더좋은미래에 5000만 원을 기부하고 선관위에 신고했으나 선관위는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선관위가 2016년 ‘셀프후원’을 신고했을 때 이를 제대로 문제 삼았다면 애초에 이 같은 논란이 생기지 않았을 것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일각에선 청와대가 뒤늦게 핑곗거리를 찾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문 대통령이 지시한 선관위 질의가 예상과 다른 결과로 이어진 데 대해선 “애초에 결론을 예상하고 선관위에 질의했던 것은 아니다”라며 “절차적 정당성과 선관위 독립성을 인정했기 때문에 나온 결론인 만큼 이를 수용하고 인사 기준을 정비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 논란의 한가운데 선 민정수석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선관위가 신속하게 위법 결정을 내놓으면서 청와대는 당장 부실 검증의 책임론이 거세게 부는 상황을 어떻게 수습할 것인지 고민해야 할 처지다.

그 최전선에는 조 수석이 놓여 있다. 조 수석은 김 원장의 의혹에 대해 두 차례나 검증하고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지만 적법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 결론은 청와대가 김 원장의 엄호를 이어가며 선관위에 공개 질의를 보내는 판단의 결정적 배경이었다.

하지만 선관위가 단박에 위법 판결을 내리면서 “과연 제대로 검증을 한 것이냐”는 화살이 다시 조 수석을 향할 수밖에 없게 됐다. ‘셀프 후원’ 논란은 물론이고 민정수석실이 법적 문제가 없다고 밝힌 피감기관 비용 해외출장 역시 선관위가 정치자금 수수 소지가 있다는 판단을 내렸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집권 후 줄곧 적폐청산 드라이브에만 주력해 온 민정수석실이 정작 민정라인의 가장 중요한 업무인 인사검증에는 소홀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안경환 전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이유정 전 헌법재판관 후보자, 박기영 전 대통령과학기술보좌관 후보자 등 ‘릴레이 낙마’에도 조 수석의 책임론이 불거진 바 있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낙마한 고위공직자 대부분은 참여연대나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등 시민사회단체 출신의 개혁 성향 인사들이다.

특히 이날 백 비서관이 댓글 조작 혐의로 구속된 김모 씨(일명 ‘드루킹’)의 요청으로 오사카 총영사로 보낼지 판단하려고 A 변호사를 만났다는 사실이 새롭게 밝혀지면서 민정수석실의 역할까지 도마에 오르고 있다. 청와대가 백 비서관이 A 변호사를 만난 이유에 대해 “인사 불만에 대한 민원 해결 성격”이라고 밝히면서다. 대통령 친인척이나 지인 동향을 파악해야 하는 민정수석실이 인사 민원 해결에 동원된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비판이 나온다.

그렇지만 청와대는 다시 한번 조 수석 책임론에 선을 그었다. 김 원장과 관련된 선관위 위법 결론의 핵심인 ‘셀프 후원’ 문제는 애초에 검증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던 만큼 민정수석실의 책임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조 수석이 이번 일로 책임을 지게 될 가능성은 낮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상준 alwaysj@donga.com·문병기 기자
#김기식#셀프후원#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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