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의 사퇴 파문 후폭풍이 조국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 등 청와대 민정·인사라인 책임론으로 번지고 있다. 청와대는 “민정수석실의 책임 문제가 아니다”며 또 한번 방어에 나섰지만 분위기는 심상치 않다.
여권 일각에서도 조 수석 책임론에 동조하는 기류가 형성되는 분위기다. 단순히 김 전 원장 사태 때문이 아니라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누적된 ‘부실 검증’에 대한 불신이 폭발했기 때문이다.
○ 자체 ‘가이드라인’도 무시한 靑
김 전 원장이 자진 사퇴를 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김 전 원장의 후원금 문제에 대해 위법 판정을 내린 것이다. 이에 대해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17일 “검증 설문에 (후원금) 해당 항목이 없었고, 김 전 원장도 그런 사안이 있었다는 것을 신고하지 않았기 때문에 민정수석실에서는 문제가 없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며 “그 뒤 문제가 있다고 하니 유권 해석을 의뢰한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청와대가 고위공직자 검증에서 필수적으로 묻는 ‘고위공직 예비후보자 사전 질문서’에는 “본인이 직장의 공금을 공적인 업무 이외의 용도에 사용하거나 내규에 맞지 않게 사용한 적이 있습니까”라는 질문이 있다. 청와대는 그 예로 “공금을 개인 명의 기부금으로 사용한 경우”라고 명시했다.
이 질문서는 지난해 11월 청와대가 인사 검증 시스템 개편을 발표하며 도입한 것으로, 청와대 홈페이지에도 게시되어 있다. 이에 대해 변호사 출신의 한 야당 의원은 “후원금 등 정치자금은 사유 재산이 아니라는 점에서 민정수석실에서 재검증을 할 때 꼭 확인했어야 하는 사안”이라며 “김 전 원장과 민정수석실이 안일하게 생각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청와대가 김 전 원장 검증에서 자체 기준을 지키지 않았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은 더 있다. 청와대는 지난해 11월 “원천 배제 기준에 미치지 않는 경우에도 고의성, 상습성, 중대성의 요건을 기준으로 정밀 검증하여 국민 눈높이에 미치지 못한다고 판단되면 검증을 통과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런데도 조 수석은 김 전 원장 의혹을 재조사한 뒤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지만 해임에 이를 정도로 심각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
또 김 전 원장은 2015년 5월 우리은행 지원으로 중국·인도 출장을 다녀온 뒤 며칠 만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돈으로 미국·유럽 출장을 갔다. 야당은 “이게 고의성, 상습성이 아니라고 본 것이냐”고 성토하고 있다.
○ 여당도 조 수석에 부글부글
고위공직자 인사 검증은 민정수석실 산하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담당한다. 김종호 공직기강비서관이 이끄는 검증팀은 검찰, 경찰, 국세청 등에서 인력을 파견 받아 검증을 진행한다. 실무는 변호사 출신인 권용일, 조동찬 선임행정관이 맡고 있다. 감사원 출신인 김 비서관은 문 대통령의 대선 캠프에 몸담지 않았지만 두 행정관은 캠프 법률지원단에서 활동했다. 조 행정관은 노무현 정부 청와대에서도 근무했다. 최종 책임자인 조 수석은 참여연대 출신이다. 이 때문에 “민정라인이 비판적인 시각에서 검증을 하는 것이 아니라 애초부터 ‘우리 편이니 문제가 없다’는 인식으로 검증을 한 것 아니냐”는 뒷말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여기에 논란이 불거져도 민정수석실 참모들이 나서지 않는 점은 여당에서도 심각한 문제로 보고 있다. 지난해 ‘릴레이 낙마’ 국면에서는 조 수석 대신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이 직접 나서 사과했다.
김 전 원장 사태에서도 조 수석은 한 차례도 언론 브리핑을 갖지 않았고 대신 윤영찬 국민소통수석과 김의겸 대변인이 수습에 나섰다. 백원우 민정비서관이 연루된 ‘드루킹 청탁 의혹’ 역시 백 비서관은 나서지 않고 윤 수석과 김 대변인이 대신 해명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의 한 초선 의원은 “조 수석이 권력기구 개편안, 개헌 등 주목 받을 수 있는 사안에만 직접 나서고 책임을 물어야 하는 사안에는 침묵하는 것은 잘못된 행동”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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