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루킹 파문]경찰, 담당 회계법인 압수수색
출납장 확보해 자금 흐름 추적… 경공모 핵심 국회출입기록도 확보
매크로 자체 서버 ‘킹크랩’ 구축… 여론조작 작업 대규모 가능성
‘드루킹’ 김동원 씨(49)가 느릅나무 출판사의 일일 회계 기록을 남기지 않고 매일 삭제한 사실이 경찰 수사 결과 드러났다. 느릅나무 출판사는 댓글 여론 조작이 이뤄진 곳이다. 경찰은 김 씨와 ‘경공모(경제적 공진화 모임)’의 자금 출처 및 사용처를 집중 수사 중이다.
서울지방경찰청은 24일 서울 강남구 J회계법인과 경기 파주세무서를 압수수색했다. 경찰은 느릅나무 출판사의 자금 흐름이 담긴 회계장부와 세무서 신고 내용 등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자료는 출판사 사무실 등에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김 씨가 자금 관련 자료에 대해 특별관리를 지시한 탓이다.
경찰에 따르면 경공모 회계 책임자인 ‘파로스’ A 씨는 2016년 7월부터 매일 엑셀 파일로 금전출납장과 일계표를 작성했다. 그는 자료를 J회계법인에 보낸 뒤 즉각 삭제했다. 복구가 불가능한 삭제 프로그램까지 동원했다. 회계 자료 삭제를 지시한 게 바로 김 씨다.
김 씨는 경찰에서 강연료와 비누 판매 수입으로 조직을 운영했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회계 기록을 매일 삭제한 정황으로 볼 때 외부의 지원이 있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J회계법인 관계자는 “우리는 느릅나무의 부가가치세 신고와 원천징수를 담당했는데 매출이 거의 없다시피 할 만큼 미미했다”고 말했다. 사실이라면 회계법인 자료 외 ‘비밀 장부’의 존재 가능성도 엿보인다. 실제 느릅나무 출판사 담당 회계사는 경공모 회원이다. 느릅나무 출판사와 경공모는 사실상 하나의 조직이나 다름없다는 게 경찰의 판단이다.
또 경찰은 김 씨 등 경공모 핵심 회원의 국회 출입 기록도 확보했다. 우선 더불어민주당 김경수 의원과의 접촉 기록을 확인 중이다. 김 의원은 최근 기자회견에서 지난해 대통령 선거 전 김 씨가 사무실로 찾아와 수차례 만났다고 직접 밝혔다. 경찰은 김 씨 일당이 김 의원 말고 다른 여권 인사를 만났는지 수사 중이다.
경찰은 김 씨 측으로부터 500만 원을 받았다 돌려준 김 의원실 한모 보좌관을 조만간 소환할 방침이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경공모 핵심 회원인 B 씨(온라인 닉네임 ‘성원’)는 한 보좌관에게 500만 원을 건넸다. 이어 김 씨가 구속된 다음 날인 지난달 26일 한 보좌관이 다시 돌려줬다.
또 김 씨 측이 댓글 추천 수 조작을 위한 매크로 프로그램을 사용하기 위해 서버까지 자체 구축한 것이 확인됐다. 이들은 서버를 ‘킹크랩’으로 불렀다. 여론 조작이 상당한 규모로 이뤄졌을 가능성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현재 구치소에 수감 중인 김 씨는 24일부터 외부인을 접견할 수 없다. 김 씨가 외부와 편지를 주고받는 과정에서 증거 인멸 우려가 있다고 본 검찰이 법원에 접견금지를 청구한 게 받아들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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