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선언문에 ‘완전한’ 비핵화 명시 주목… 김정은 육성도 있어”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4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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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4·27 판문점 선언]비핵화 원칙 합의 성과와 한계


북한 최고 지도자의 첫 방남 등 숱한 파격 속에 11년 만에 이뤄진 남북 정상회담의 최대 관심사는 비핵화였다. ‘비핵화는 선대의 유훈’이라는 우회적인 언급을 거듭해온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과 만나 직접 ‘완전한 비핵화’ 의지를 천명할 것이냐는 데 세계의 이목이 집중됐다. 두 정상은 예상보다 빠르게 합의한 ‘판문점 선언문’에 완전한 비핵화의 원칙을 담는 데 합의했다. 하지만 김정은은 공동 기자회견 등 공개석상에서 끝내 비핵화를 언급하지 않았다. 본격적인 핵 담판은 이제 막 시작했음을 보여준 것이다.

○ 핵 동결 내세우며 한미 책임 강조한 北

남북 관계 발전과 군사긴장 완화 조치, 평화체제 구축 등 3개 분야에서 총 13개 항의 합의를 담은 ‘판문점 선언’에서 비핵화에 대한 남북 정상의 합의는 가장 마지막 항에 담겼다.

비핵화에 대한 두 정상의 합의는 세 개의 문장으로 구성됐다. 문 대통령이 강조한 완전한 비핵화는 “남과 북이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한다는 공동의 목표를 확인한다”는 첫 문장에 담겼다. 이어 두 정상은 “북측이 취하고 있는 주동적인 조치들이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대단히 의의 있고 중대한 조치”라고 강조하고 “각기 자기의 책임과 역할을 다하기로 했다”고 선언했다.

북측이 취하고 있는 ‘주동적인 조치’는 최근 김정은이 내놓은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와 핵실험 중단 등을 의미하는 것이다. 북한의 핵 동결 조치가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북한의 의지를 담은 것이라는 점을 부각하면서 북한은 물론 한국도 “책임과 역할을 다해야 한다”는 것.

이를 두고 일각에선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의 개념에 대한 이견을 드러낸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비핵화를 위한 공동의 노력을 강조하면서 한미 연합 군사훈련의 중단과 한반도에 순환 배치되고 있는 미군 전략무기 철수 요구를 고수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구체적인 조치를 담지 못한 것은 예상됐지만, 아쉽다는 평가가 많다. 1992년 채택한 ‘남북 비핵화 공동선언’에서 핵 사찰에 합의했던 것과 달리 이번 합의에서는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공동의 노력’ 이상의 문구를 담지 못했기 때문. 박철희 서울대 국제대학원장은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한다는 공동의 목표를 확인한 정도이지 구체적인 절차와 방법은 담겨 있지 않다”고 말했다.

○ 트럼프와 담판 겨냥해 선물 남겨둔 듯

다만 1994년 제네바합의 이후 “핵 문제는 미국과 논의해야 할 사안”이라며 핵 논의에선 ‘한국 패싱’을 당연시하던 북한이 한국과의 선언문에 ‘완전한 비핵화’를 명시한 것은 성과라는 평가도 나온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선언문에 완전한 비핵화라는 표현을 담은 데 주목해야 한다”며 “(비핵화에 대한) 김 위원장의 육성이 있지만, 그것은 별도 기회에 말씀드리겠다”고 말했다. 김정은이 비공개석상에서는 비핵화에 대한 의지를 분명하게 표시했다는 얘기다.

일각에선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의 북-미 정상회담을 코앞에 둔 김정은이 미국과의 담판을 고려해 ‘완전한 비핵화’ 의지 표명이라는 선물을 아껴둔 것이라는 분석도 많다.

특히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가 전제되지 않으면 물거품이 될 수밖에 없는 평화협정 체결과 남북미 3자 회담 또는 남북미중 4자회담 추진을 판문점 선언에 담은 만큼 문 대통령이 김정은으로부터 어떤 식으로든 명시적인 완전한 비핵화 의지를 받아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주중대사를 지낸 정종욱 인천대 중국학술원장은 “핵심인 비핵화가 기대보다 약하지만, 북한이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 (구체적인 비핵화 절차 등의) 선물을 안겨주기 위해 수위를 조절한 것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문병기 weappon@donga.com·한상준 기자
#남북 정상회담#비핵화#판문점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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