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색으로 새롭게 단장된 판문점 ‘도보다리’를 나란히 걷던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군사분계선(MDL) 표지판 옆에 마련된 의자에 앉았다. 약 10m 앞에서 두 정상을 수행하던 조한기 청와대 의전비서관 등 남북 수행원들도 완전히 자리를 피했다. 청와대가 이번 정상회담의 숨겨진 하이라이트로 기대했던 ‘도보다리 단독 정상회담’이 시작된 순간이다.
원형 탁자를 두고 마주 앉은 두 정상은 때로는 심각한 표정으로, 때로는 얼굴에 웃음을 띠며 대화를 이어갔다. 방송 카메라가 생중계로 두 정상을 촬영하고 있었지만 반대편 다리에 위치한 탓에 두 정상의 대화는 들리지 않았고 새소리, 바람소리만 화면에 담겼다.
문 대통령이 손짓을 하며 무언가를 열심히 설명하자 김 위원장은 수긍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고, 김 위원장의 열띤 설명에 문 대통령도 귀를 기울였다. 두 정상은 10분이 넘도록 준비된 다과에 손도 대지 않고 열띤 대화를 이어갔다.
청와대 관계자는 “오롯이 두 정상이 배석자 없이 깊은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마련한 행사”라며 “하지만 두 정상이 이렇게 길게 이야기를 나눌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쉬지 않고 한참 이야기를 나눈 두 정상은 오후 5시 12분, 비로소 의자에서 일어났다. 이날 처음으로 만난 두 정상이 도·감청의 우려가 상대적으로 적은 MDL에서 30분을 꽉 채워 속내를 털어놓은 것이다.
김병연 서울대 교수는 “두 분이 상당히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눈 걸 보면 선언문에 담지 못한 속내를 나누지 않았을까 싶다”고 말했다. 한 청와대 참모는 “비핵화의 구체적 방법과 이어지는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논의를 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을 앞둔 김 위원장에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성격 등에 관해 조언했을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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