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정상이 27일 공동 서명한 ‘판문점 선언’에는 남북관계의 개선을 가로막는 가장 큰 요인인 군사적 긴장 완화와 전반적인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큰 틀의 방향성이 담겼다.
○ 군사 긴장 완화로 전쟁 위험 해소
남북은 앞서 남북이 순차적으로 중단한 바 있는 군사분계선(MDL)에서의 확성기 방송 중단을 이날 명문화했다. 대남 및 대북 전단 살포도 중단키로 했다. 남북은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해 한반도에서의 첨예한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고 전쟁 위험을 해소해 나가기 위한 노력으로 ‘지상, 해상, 공중 등 모든 공간에서 일체의 적대 행위를 전면 중지’하자는 데 합의했다.
그러나 이 같은 추상적인 합의 내용이 향후 북한이 한미 연합훈련이나 주한미군 주둔 등을 모두 ‘적대 행위’로 규정하게 하는 근거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남북은 ‘비무장지대(DMZ)를 평화지대로 만들어 나간다’는 데도 합의했다. 현재 우리는 DMZ 내 최전방 감시초소(GP)에 소총을 비롯해 K-3 기관총 등을, 북측은 기관총과 박격포 등을 배치해 놓고 있다. DMZ 내 중화기 및 포 전력 반입은 정전협정 위반이다. 향후 군사회담에선 DMZ 내 중화기를 감축 또는 철수하는 방안이 최우선 의제로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 북한, NLL 인정 움직임?
남북은 우발적 군사 충돌을 막기 위해 서해 북방한계선(NLL) 일대를 평화수역으로 만드는 대책을 세우자는 데도 합의했다. 주목할 점은 판문점 선언에 ‘서해 북방한계선’, 즉 NLL이라는 표현이 담겼다는 점이다. 북한은 그간 서해 NLL을 부정하고 2007년 서해 경비계선을 남북 간 해상경계선으로 일방적으로 선포하는 등 NLL 무효화 전략을 펴왔다.
서해 경비계선은 구간에 따라 NLL에서 남쪽으로 최대 15km나 내려와 있다. 정부 소식통은 “북한이 단순히 우리 측이 쓰는 용어로 표현하고자 북방한계선이라는 용어를 썼을 가능성도 있다”면서도 “북한이 NLL을 인정한다는 것만 확실시된다면 해당 지역의 남북 공동 어로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회의론이 만만치 않다. 2007년 12월에도 2차 남북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서해 평화수역 설정’ 방안 등을 논의하기 위한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이 열렸지만 공동 어로 구역 위치에 대한 견해차를 좁히지 못해 종료됐고, 북한의 NLL 침범도 이어졌다.
○ 금강산 관광, 이산가족 상봉 재개되나
남북 교류 확대도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우선 남북은 남북 당국자가 함께 상주하며 근무하는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개성에 설치키로 했다. 남북공동연락사무소는 2005년 개성공단 내에 설치됐다가 2010년 폐쇄된 남북경제협력협의사무소의 전례를 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각계각층의 다방면적인 협력과 교류 왕래와 접촉을 활성화’하자는 데도 합의했다. 이 때문에 금강산 관광 등 북한 지역으로의 관광이 재개되고 관광 가능한 지역도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그러나 이는 유엔 차원의 대북 제재를 위반하는 것이어서 북-미 정상회담에 따른 북핵의 완전한 폐기와 이에 따른 국제사회의 일괄적인 대북 제재 완화 없이는 성사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남북은 적십자회담을 통해 이산가족 상봉 문제를 협의해 8월 15일 광복절을 계기로 상봉을 진행하는 데도 합의했다. 상봉 날짜까지 이례적으로 못 박은 건 합의 내용을 번복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로 풀이된다. 앞서 북한은 우리 정부가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제안할 때마다 탈북 여종업원 북송 없이는 상봉도 없다며 이를 거부해 왔다. 이산가족 상봉이 성사된다면 2015년 10월 금강산에서 진행된 상봉 이후 약 3년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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