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현 “김정은 능수능란…냉면 발언은 굉장한 순발력”

  • 동아닷컴
  • 입력 2018년 4월 30일 10시 02분


코멘트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지난 27일 남북정상회담 만찬에 참석한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이 만찬 뒷이야기를 전했다.

정 전 장관은 30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만찬장 분위기에 대해 "좋았다"라며 "어떻게 보면 일가친척들의 잔치, 그런 분위기였다. 물론 시간도 저녁 시간이고 그러다보 니까 술들도 한 잔씩 서로 권하고 마시고 얼굴 색깔들도 좀 변하고 그러면서 쉽게 친해질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만찬장에 등장한 북측 마술사에 대해선 "전혀 예상 밖이었다. 북쪽에서 가수들이 온 건 알고 있었지만 중간에 갑자기 마술사가 나와서 마술을 시작하는데... 그런데 음식이 좀 늦었다. 그 시간을 메우기 위해서 마술을 좀 할 필요가 있었을지 모른다. 음식이 굉장히 늦게 나왔다"라고 추측했다.

하지만 정작 정 전 장관은 마술쇼를 보지 못했다고. 이에 대해 정 전 장관은 "(마술사가) 주로 헤드테이블 앞에서 마술을 했다. 우리는 그 사람 등 뒤에 있었기 때문에 잘 못 봤다"라고 말했다.

이어 "주로 마술을 김정은 위원장과 문재인 대통령, 두 퍼스트레이디, 이분들 중심으로 공연을 했기 때문에 우리는 뭐..."라고 말해 웃음을 안겼다.

정 전 장관은 실제로 만난 김 위원장에 대해 "나이에 비해 원숙하다"라고 평가했다. 이어 "능수능란하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같은 나이라도 최종 결정권을 가지게 되면 사람이 고민을 할 수밖에 없으니까 어른스러워진다. 그래도 그런 권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으로서는 상당히 여유가 있더라. 예를 들면 냉면을 멀리서 일부러 가져왔다는 얘기를 모두 발언에서 했어요. 대통령 만나서 바로 첫 발언에서 그렇게 얘기를 했는데, 그러다가 '멀리'라는 단어가 조금 남북이 멀리 떨어져 있다는 것처럼 들릴 것 같으니까 '멀리서 왔다고 말하면 안 되겠구나' 하는 그런 것은 굉장한 순발력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래서 그 '멀리'라는 단어를 안 쓰려고 하는 걸 보고 빨리 가까워져야 한다는 메시지가 거기에 담겨있다고 봤다. 그런 의미에서 대단하다. 그런데 아버지(故 김정일 국방위원장)는 그 정도 위트는 없었던 것 같다"라고 했다.

김소정 동아닷컴 기자 toystor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