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폐 청산에 동의하는 야권과는 연정이 가능하고, 생각을 달리하는 정당과도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실현하기 위해 여야정 국정협의체를 상설화하겠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후보 시절부터 이 같은 협치 구상을 밝혔다. 당선 뒤인 지난해 9월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4당 대표와의 회동에선 ‘여야정 국정 협의체’ 구성에 합의하기도 했다.
하지만 취임 1년을 맞은 문 대통령의 협치 구상은 표류하고 있다. 높은 지지율에 기댄 청와대 주도 국정 운영이 유지되고 있다. 반면 청와대 구상을 실행에 옮겨야 하는 국회는 장기 표류하고 있다.
개헌안, 권력기관 재편 등 문재인 정부가 내놓은 국가혁신의 핵심 정책들도 표류를 거듭하고 있다. 특히 문 대통령이 취임 직후부터 강조한 6월 지방선거와 동시 개헌은 대통령 개헌안을 발의하고도 제대로 된 국회 논의조차 이뤄지지 못한 채 사실상 무산된 상황이다. 현안마다 여야가 충돌하면서 “정치가 실종됐다”는 말까지 나온다.
특히 제1야당인 한국당과의 대화는 부족하다 못해 거의 없었다고 봐야 할 듯하다. 문 대통령은 취임 후 1년 동안 청와대에서 홍준표 한국당 대표와 단 두 차례(3월 7일 5당 대표 회동, 4월 13일 영수회담)만 만났다. 박관용 전 국회의장은 “문 대통령이 촛불정치 하나로 모든 것을 끌고 가려 한 것 같다. 영수회담에서도 두 사람이 자기주장만 했지 생산된 게 하나도 없었다”고 말했다.
적폐청산 드라이브도 결과적으로 한국당과의 협치를 어렵게 만든 주요 원인 중 하나였다. 박근혜, 이명박 전 대통령의 동시 수감으로 이들을 배출한 한국당과의 협상 가능성이 차단됐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적폐청산 기조를 적정한 선에서 끊고 새로운 비전을 보여줘야 했는데, 이에 실패하면서 적폐청산 자체에 대한 긍정적 평가도 희석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인사 참사’는 현 정부가 가장 많이 지적받은 부분이다. 1년 사이 차관급 이상 고위공직자 9명이 낙마했다. 취임 초반이던 지난해 6월 안경환 전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시작으로 지난달엔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이 피감기관 지원 해외 출장 논란으로 사퇴했다. 고문현 한국헌법학회장은 “검증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고 봐야 한다. 김 전 원장 사례에서는 청와대가 사태 수습 과정에서도 두세 차례 ‘감싸기’ 모습을 보이는 등 정무적 판단이 부족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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