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시진핑 다롄 회동]전용기 이용해 다롄 방문
다롄공항에 北항공기 2대 포착, ‘先代와는 다르다’ 자신감 과시
북미회담 3국 개최도 염두에 둔듯… 전용기 성능 사전시험 가능성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두 번째 방중(訪中)에서 선택한 교통수단은 전용열차가 아닌 전용비행기 ‘참매1호(IL-62)’였다. 간간이 지방 시찰에 활용한 전례가 있지만, 김정은이 비행편을 이용해 외국을 방문한 것은 2011년 집권 후 처음이다. 더 거슬러 올라가 냉전 이후 항공기를 타고 외국에 나간 북한 최고지도자도 김정은이 처음이다. 김일성이나 비행기 납치나 폭발 사고 등을 우려했던 김정일은 모두 기차를 타고 시베리아까지 이동했다.
조선중앙TV와 조선중앙통신은 8일 오후 “7일 오전 전용기를 타시고 평양을 출발해 현지시간으로 낮 12시 최고령도자동지께서 타신 전용기가 대련국제비행장에 착륙했다”며 김정은의 방중 소식을 전했다. 1박2일간 머문 김정은은 일본 NHK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 20분경 랴오닝(遼寧)성 다롄(大連)국제공항을 떠난 것으로 보인다. 통상 북한 최고지도자가 중국 국경을 모두 넘어간 뒤에야 방문 사실을 공개하는 관례대로 이날도 오후 8시 넘어 북한과 중국 정부가 김정은의 방중을 공식 확인했다.
앞서 8일 다롄국제공항에서 북한 고려항공 소속 비행기 2대가 나란히 포착되면서 북측 최고위급 인사의 방문이 높게 점쳐졌다. 꼬리에 편명 P-914가 적힌 ‘일류신(IL)-76’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호와 붉은 문양이 선명히 새겨진 참매1호였다. IL-76은 관용차 등을 싣고 왔을 수송기로 추정된다.
이날 공개된 참매1호는 올해 2월 9일 평창 겨울올림픽 개회식 참석차 특사로 방한한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과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등 북측 고위급 대표단이 타고 온 참매2호와 닮은 듯 다르다. 동체 오른편 중앙에 새긴 국호 옆에 인공기 대신 휘장으로 보이는 붉은색 문양이 있기 때문이다. 김정은은 2014년과 2015년 공군 지휘관들의 전투비행술 경기대회를 참관할 때 전용기를 타고 비행장을 찾았으며, 2016년 2월 ‘광명성 4호’ 위성 발사 때도 참매1호를 타고 동창리 발사장으로 이동했다.
전문가들은 김정은이 이례적으로 해외 방문에 전용기를 이용한 데는 몇 가지 의도가 있다고 보고 있다. 박병광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전용기를 타고 방문함으로써 ‘나는 선대 지도자와는 다르다’는 차별화로 자신감을 보여줄 수 있고,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일정에 맞춰 가야 할 만큼 중요했던 북-중 정상 간 만남의 시급성이 있었다”고 짚었다. 또 여기에 싱가포르 등 제3국에서 열릴 수도 있는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전용기 성능 점검 및 예행연습차 가장 안전한 ‘테스트 베드(시험대)’로 중국을 선택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대영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연구위원도 “노후화된 전용기가 항속거리(약 9200km)는 길어도 안전하게 목적지까지 날아갈 수 있는지 검증하려는 목적도 있었을 것”이라며 시범 비행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김 위원은 “최근 북한 조종사들이 간 거리를 보면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나 중국 베이징 정도”라며 “비행시간이 짧은 전용기 조종사들의 노하우도 축적할 겸, 안전성을 검증하는 테스트 격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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