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수출 분야에서 반도체 의존도가 너무 높고 다른 분야에서는 제대로 성장하는 산업을 찾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왔다. 글로벌 반도체 호황 덕에 성장률 수치가 비교적 양호하지만 장기적으로 한국 경제를 먹여 살릴 만한 미래 산업이 없다는 우려다.
김현욱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한국경제학회와 한국금융학회가 10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개최한 ‘문재인 정부 출범 1년, 한국 경제의 회고와 전망’ 심포지엄에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한국 경제는 최근 회복세지만 반도체를 제외하면 견실한 모습을 보이는 산업을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경기 회복도 정보기술(IT) 관련 제조업을 중심으로 진행돼 고용 등 파급효과가 작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제조업 위주의 산업구조를 개혁해야 한다는 지적도 잇따랐다. 김 연구위원은 “산업구조 개혁을 통해 서비스산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수출산업과 내수산업 간 균형 성장을 이뤄 고용을 창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발표 이후 토론에서도 송의영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는 “혁신 중소기업에 인력이 이동할 유인이 부족하고 서비스 생산성 제고 방안 등이 미흡하다”고 말했다.
최저임금 인상과 관련해서는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이어졌다. 신관호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우리 경제 실정에 맞는 적절한 최저임금 인상 수치를 경제적 근거로 찾아내는 작업을 먼저 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실업보험의 소득대체율을 높이고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는 기간을 늘리는 등 사회안전망을 확충하는 게 급선무”라고 봤다.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저임금 인상의 경제적 효과가 과장돼 있다”면서 “최저임금을 3년 내 1만 원으로 올리겠다는 공약은 5년 내 달성하는 것으로 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동시장 개혁에 앞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제민 연세대 명예교수는 “노동시간 단축과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정책 등은 일자리 나누기를 위한 사회협약을 먼저 이룬 뒤에 해야 한다”며 순서가 바뀌면 일자리가 오히려 줄어들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중소기업 취업자의 임금을 보전하는 청년 일자리 정책에 대해서 황성현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는 “민간기업에 임금을 직접 지원하는 것은 지속 가능하지도 않고 효과도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기조연설에서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년간 부총리를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자기만의 안경을 낀 시각”이라면서 “경제만큼은 이념, 진영 논리를 따지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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