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전날 北-美회담… 野 “빅이벤트에 묻힐라” 당혹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5월 12일 03시 00분


한국당 “정치적 의도 개입 의심도”… 민주당 “평화 열리길” 표정관리
회담 결과-보수층 견제심리 변수

6·13지방선거 하루 전인 다음 달 12일로 북-미 정상회담 일정이 확정되자 11일 정치권에선 대형 이벤트 도중에 치러진 2002년 지방선거 사례가 회자됐다.

2002년 6월 13일 제3회 전국 동시 지방선거는 한일 월드컵 일정의 가운데 있었다. 같은 달 4일 조별 첫 경기인 한국 대 폴란드전(2-0 승리)이 있었고, 10일에 한국 대 미국전(1-1 무승부)이 벌어졌다. 16강 진출을 확정짓는 한국 대 포르투갈전(1-0 승리)이 선거 다음 날인 14일이었다. 당시 투표율은 48.8%로 지방선거 역사상 최저치였다. 전문가들은 북-미 정상회담 역시 빅 이벤트 효과가 분명히 나타날 것으로 예상했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은 “투표장에 나가는 요인은 후보자에 대한 지대한 관심이나 혐오감, 먹고사는 문제에 대한 자극적인 이슈 등인데, 트럼프와 김정은이 주인공이 되면서 이런 요인 자체가 사라지게 됐다”고 분석했다.

선거 무관심이 투표율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투표율 저하가 특정 정당의 유불리로 곧장 연결되진 않지만 ‘기울어진 운동장’을 고정시키는 효과는 있다. 게다가 북-미 정상회담은 정치 중립적인 스포츠 행사가 아니라 여권에 유리할 수밖에 없는 정치 이벤트다. 자유한국당은 비상이 걸렸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표정관리에 들어갔다.

한국당 장제원 수석대변인은 “지방선거 직전으로 회담 일정이 확정된 것에 대해 문재인 정부의 정치적 의도가 개입된 것은 아닌지 의심스러운 면도 없지는 않다. 그럼에도 회담에서 영구적인 핵 폐기가 합의된다면 환영할 것”이라며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반면에 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1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북-미 회담은 한미 회담에서 시작한 평화의 문이 활짝 열리는 역사적 계기가 될 것”이라며 북-미 해빙 기류 띄우기에 나섰다. 그러나 신중론도 만만찮다. 민주당에선 “‘지방선거=여권 압승’이라는 인식이 커지면 보수층 견제심리를 자극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고, 한국당에선 “북-미 간 회담 의제 조율이 잘되지 않고 있다는 정보도 있다. 당일까지 결과를 봐야 한다”는 전망도 내놓았다.

최우열 dnsp@donga.com·유근형 기자
#6·13 지방선거#북미 정상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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