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루킹’(온라인 닉네임) 김동원 씨(49·구속 기소)의 최측근이 지난해 대선 전부터 댓글 여론 조작을 했다고 검찰에서 진술했다.
검찰은 16일 김 씨 등의 공판에서 김 씨의 자금책 역할을 한 ‘서유기’(온라인 닉네임) 박모 씨(30·구속 기소)가 2017년 1월경 댓글 여론 조작 프로그램인 ‘킹크랩’을 구축해 같은 해 5월 대선 이후까지 댓글 작업을 해왔다고 진술한 사실을 공개했다. 킹크랩은 ‘명령만 입력하면 자동으로 원하는 만큼 댓글에 공감 또는 비공감을 클릭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검찰은 또 김 씨 등이 댓글 작업을 하며 ‘작전’ ‘잠수함’ ‘탄두’ 등의 암호를 썼다고 밝혔다.
○ “지난해 1월부터 댓글 순위 조작”
검찰이 서울중앙지법 형사12단독 김대규 판사 심리로 열린 공판에서 대선 당시 댓글 여론 조작을 진술했다고 밝힌 박 씨는 김 씨가 만든 ‘경제적 공진화 모임(경공모)’의 핵심 회원이다. 박 씨는 김 씨가 경공모의 활동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설립한 비누업체 ‘플로랄맘’ 대표를 지냈다.
이날 공판에선 댓글 여론 조작에 가담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경공모 회원 우모 씨(온라인 닉네임 ‘둘리’)의 범죄 사실이 공개됐다. 앞서 자유한국당은 김 씨가 우 씨 등이 포함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텔레그램 대화방 등에서 ‘문재인 정권과 어떤 연계가 있다고 티를 내서는 안 된다’, ‘문 대통령이 우리를 모르냐 하면 아비다’, ‘우리가 전해철을 밀면 경쟁 상대들이 광화문의 지시가 아닌가 의심하게 된다’는 등의 발언을 했다고 폭로했다.
검찰은 공판에서 “김 씨 등이 지난해 1월경 킹크랩을 구축한 후부터 뉴스 댓글 순위를 조작해 여론이 왜곡된 사태가 이 사건의 실체”라고 밝혔다.
○ 암호 쓰며 댓글 작업
또 검찰은 이날 법정에서 킹크랩을 시연했다. 검찰에 따르면 김 씨 등은 아마존 웹서비스의 서버를 빌려 킹크랩을 설치했다. 이 사이트에 뉴스 기사와 댓글을 입력하면 사이트에 연결된 휴대전화로 명령이 전송됐다. 그 휴대전화는 자동으로 네이버 등 포털 사이트에서 로그인과 로그아웃을 반복하면서 해당 댓글의 공감이나 비공감 클릭 횟수를 늘렸다.
김 씨 등은 댓글 조작 작업을 ‘작전’, 여기에 쓴 휴대전화를 ‘잠수함’,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탄두’라는 암호로 불렀다.
킹크랩 사이트의 첫 화면에는 조작 작업 중인 뉴스 기사 목록이 표시됐다. 작업 중인 기사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고, 여러 기사에 대한 동시 작업이 가능했다. 사이트의 ‘작전 관리’ 창엔 ‘작전’ 대상 기사와 댓글 키워드, 공감 또는 비공감을 입력할 수 있었다. ‘작전 배치’ 창은 ‘작전’을 수행할 ‘잠수함(휴대전화)’과 ‘탄두(아이디)’를 몇 개나 사용할지 입력하도록 설계됐다. 그 결과를 보여주는 창이 따로 있었다. 또 어떤 기사에 어떤 댓글을 적을 것인지 참고할 수 있도록 엑셀 파일 등을 올려두는 ‘지뢰 관리’ 창도 있었다.
검찰은 “김 씨 등이 ‘작전’을 위해 수백 대의 휴대전화와 유심 칩을 수집했고 아이디와 비밀번호 수백∼수천 개를 확보해 킹크랩 서버에 저장했다”고 밝혔다.
김 씨 등은 킹크랩을 사용해 올 1월 17일 ‘남북 여자 아이스하키팀 단일팀 구성’ 기사에 ‘이게 나라냐?’ ‘평양 동계올림픽 재앙’ ‘미쳤다’ 등 50개의 댓글에 2만3813차례의 공감 클릭을 했다.
○ 김경수 주센다이 총영사직 제안 여부 논란
김 씨에 대한 경찰 수사에선 김경수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말 김 씨 측에 일본 주센다이 총영사직을 제안했는지가 논란이다. 김 씨는 수사 과정에서 “김 전 의원이 나에게 주센다이 총영사직을 제안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사실이라면 김 전 의원이 김 씨에게 지난해 대선 당시 댓글 작업에 대한 대가를 주려고 한 것 아니냐는 정황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김 전 의원은 “사실이 아니다. 특검을 통해 실체적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고 강하게 반박했다.
경찰은 최근 김 씨의 핵심 측근에게서 압수한 휴대용저장장치(USB메모리) 등에서 주센다이 총영사 관련 정보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에 따르면 김 씨는 지난해 김 전 의원을 찾아가 경공모 회원인 도모 변호사(61)를 주일본 대사에 앉혀 달라고 요구했으나 거절당한 뒤 도 변호사를 일본 주오사카 총영사로 보내 달라고 청탁했다. 경찰은 이후 김 씨와 김 전 의원 간에 주센다이 총영사직이 거론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구체적인 경위를 조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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