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이 강력하게 반발한 ‘리비아식 비핵화 모델’을 배제하며 ‘북한 달래기’에 나섰다. 하지만 완전한 비핵화에 합의하지 않으면 체제를 무너뜨린 ‘리비아 모델’로 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북한이 갑자기 북-미 정상회담 취소를 거론한 배경에 중국의 영향력이 작용하고 있다는 불만도 드러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17일(현지 시간) 오후 백악관에서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사무총장과 만난 자리에서 “리비아 모델은 우리가 북한에 대해 갖고 있는 모델이 전혀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는 이날 약 11분간 북한 문제에 관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며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거론한 ‘미국 주도의 핵 사찰-핵시설 해체 및 미 테네시주로 이전’ 등을 뼈대로 하는 2003년 리비아식 비핵화 모델을 북한에 적용할 뜻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리비아에서 우리는 그 나라를 섬멸했다. (무아마르) 카다피(전 리비아 국가원수)는 지켜줄 합의가 없었다”며 “리비아 모델은 매우 다른 모델”이라고 강조했다. 리비아, 시리아, 이라크는 미국의 체제 보장 약속을 받지 못해 제거됐다는 점을 강조하며 체제 보장을 제공하는 북한 모델과는 “정반대”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안전보장을 제공할 것이냐’는 질문에 “우리가 만나서 어떤 결론이 나온다면 실제로 좋은 관계를 갖게 될 것”이라며 “그(김정은)는 매우 강력한 보호를 얻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만약 (비핵화) 합의를 이루지 못하면 그(리비아) 모델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며 “하지만 합의한다면 김정은은 매우 매우 매우 행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16일 남북 고위급 회담을 일방적으로 연기하고 북-미 정상회담 무산 가능성까지 거론한 배경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영향력이 깔려 있다는 불만도 드러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들(북한)이 시 주석을 두 번째 만난 이후 큰 변화가 있었다”며 “시 주석이 김정은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청와대는 김정은과 시 주석의 회동이 북-미 정상회담에 방해가 되는 요인은 아니라는 입장을 내놨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18일 “북-중 간 만남으로 인해 우리가 가는 길에 새로운 장애가 생겼다고는 보지 않는다”며 “(김정은과 시 주석의 회동은) 우리가 가야 할 방향에 도움이 되는 만남”이라고 말했다.
한편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17일(현지 시간) 정례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과) 만날 준비가 돼 있다”며 “정상회담에 대한 방침에 변화가 없으며 회담 준비를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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