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무아마르) 카다피(전 리비아 국가원수)에게 ‘우리가 당신을 보호해 줄게. 우리는 군사력을 제공할 것이고 이 모든 걸 주겠어’라고 말한 적이 없다. 우리는 들어가서 그를 제거(decimate)했다. 이라크에서도 그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이 남북 고위급회담을 일방적으로 연기하고 북-미 정상회담까지 재고할 수 있다고 위협한 지 이틀 만인 17일(현지 시간) 말문을 열었다. ‘트럼프식 북한 비핵화 해법’을 기자들에게 11분간 쏟아내며 ‘몰살’ ‘섬멸’ ‘제거’ 등을 뜻하는 단어 ‘decimation’을 7차례나 언급했다. 북한 비핵화 협상에 대해선 “리비아와는 전혀 다른 모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함께하는 것”이라며 북한을 달랬다. 하지만 북한이 비핵화에 합의하지 않으면 ‘완전한 섬멸(Total decimation)’의 가능성도 있다는 것을 위협하며 ‘당근과 채찍’을 휘둘렀다.
○ “완전한 섬멸”, 정상회담 합의 후 첫 대북 위협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반발을 불러온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리비아식 비핵화 모델’을 배제했다. 그는 “카다피에 적용된 모델은 완전한 섬멸이었다. 우리는 거기에 들어가 그를 무너뜨렸다”며 “우리(북-미)가 합의하지 못한다면 그 모델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또 “만약 (북-미 정상 간) 만남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우리는 다음 단계로 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합의한다면 김정은은 매우매우 행복할 것”이라며 “그는 강력한 보호를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대통령이 정치적 안전장치 제안과 새로운 위협을 짝지어 ‘미스터 김’(김정은)을 협상 테이블로 유도하려고 했다”며 “북-미 정상회담 합의 이후 대통령의 첫 번째 직접적인 대북 위협”이라고 분석했다.
○ “북한 큰 부자가 될 것”, ‘한국 모델’ 제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비핵화 협상과 관련해 “이것은 김정은과 같이하는 것”이라며 “그는 그 나라를 통치할 것이고 그의 나라는 큰 부자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체제 보장’과 ‘경제 성장’이 대가로 주어질 수 있다는 걸 명시한 것이다. 그러면서 “이건 사실 산업적 측면에서 한국 모델”이라고 말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미국의 납세자가 아닌 미국의 훌륭한 민간 자본이 북한에 투자하는 것을 허용할 것”이라며 “북한이 미국의 요구를 받아들이면 미국인들이 북한의 사회간접자본과 에너지시설, 농업 등의 분야에 투자해 북한이 자국민을 먹여 살릴 수 있게 도울 것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마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협상하고 있다”며 정상회담 준비를 위한 북-미 간 물밑 협상이 진행 중임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북-미 정상회담의 판을 깨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그는 “어디서 만나고, 어떻게 만나고, 어떤 방에서 만날지 등을 협상 중이다. 곧 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의 경제 책사 류허(劉鶴) 국무원 부총리 일행이 2차 미중 무역협상을 위해 워싱턴을 방문했다는 점을 상기시키며 중국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였다. 중국과의 무역협상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과연 그게 성공할까 의심스럽다”며 “내가 의심하는 이유는 중국이 너무 버릇없어졌기 때문”이라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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