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루킹’(온라인 닉네임) 김동원 씨(49·구속 기소)의 핵심 측근이 김경수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보는 앞에서 댓글 조작 프로그램인 ‘킹크랩’을 직접 시연했다고 수사기관에서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20일 수사당국에 따르면 ‘경제적 공진화 모임(경공모)’ 회원 ‘둘리’(온라인 닉네임) 우모 씨(32·구속 기소)는 “김 전 의원이 2016년 10월 경기 파주시 느릅나무출판사를 방문했을 때, 내가 김 전 의원 앞에서 킹크랩 프레젠테이션(발표)을 해 보였다”고 진술했다.
우 씨는 김 전 의원에게 킹크랩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작동하는지 설명했다고 한다. 김 전 의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참고용 자료화면을 보여주고 직접 프로그램 운용 시범을 했다는 것이다. 이는 김 씨가 ‘옥중 편지’에서 주장한 “김 전 의원에게 매크로 프로그램을 직접 보여주고 댓글 작업 진행 허락까지 받았다”는 정황을 뒷받침한다.
하지만 김 전 의원은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저는 처음 (듣는다). 구체적인 이야기는 그만하시죠”라고 부인했다.
또 김 씨의 측근에 따르면 김 전 의원의 보좌관 한모 씨(49)도 2017년 2월 느릅나무출판사를 방문해 킹크랩 시연을 봤다고 한다. 김 씨는 “당시 한 씨가 ‘여기 오면 재미있는 게 있다면서요’라고 말했던 걸로 기억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한 씨는 출판사 방문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댓글 조작 작업이 이뤄지는 과정을 직접 본 적은 없다. 우 씨가 누구인지는 물론 댓글 조작도 언론 보도로 처음 알았다”고 반박했다.
우 씨는 킹크랩을 설계하고 운영한 인물이다. 김 씨는 평소 킹크랩 운용 등 기술적인 측면을 우 씨에게 주로 의존했다고 한다.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지난달 25일 브리핑에서 우 씨에 대해 “김 씨의 지시를 받아 경공모 회원들이 김 씨와 주고받은 텔레그램 채팅방을 지우고 프로그램을 초기화하는 데 실무적 지원 역할을 했다”고 주장했다.
경공모 측에 따르면 킹크랩은 경공모가 당초 2017년 12월 대선을 목표로 기획, 제작한 프로그램이다. 김 씨의 한 측근은 “대선 일정이 지난해 5월로 앞당겨지는 바람에 킹크랩 프로그램을 쓰지 않고 회원들이 손으로 댓글 작업을 한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이 측근은 또 “김 전 의원에게 2016년 10월 시연한 킹크랩은 완성 전 모델(프로토 타입)로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경공모 일부 관계자들은 수사기관에서 킹크랩 운용 전모를 적극 진술하고 있다. 수사당국은 우 씨와 지난달 구속 기소된 ‘솔본아르타’(온라인 닉네임) 양모 씨(34)를 킹크랩의 전반적인 운용을 담당했던 핵심 인물로 보고 있다. 이들과 함께 구속 기소된 ‘서유기’(온라인 닉네임) 박모 씨(30)는 검찰에서 손으로 그림을 그려가며 킹크랩의 구조와 운용 과정을 상세하게 털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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