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北이 원하는건 체제보장”… CVID엔 구체 답변 없어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5월 28일 03시 00분


[남북 원포인트 정상회담]회담 다음날 직접 결과 브리핑

춘추관서 취임후 세번째 기자회견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전날 가진 남북 정상회담 
결과를 발표한 뒤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질문하는 기자를 향해 왼쪽으로 고개를 돌려 경청하고 있다. 문 대통령이 춘추관에서 기자회견을
 연 것은 취임 후 세 번째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춘추관서 취임후 세번째 기자회견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전날 가진 남북 정상회담 결과를 발표한 뒤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질문하는 기자를 향해 왼쪽으로 고개를 돌려 경청하고 있다. 문 대통령이 춘추관에서 기자회견을 연 것은 취임 후 세 번째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취소 발표로 무산될 위기에 처했던 ‘6·12 북-미 정상회담’ 재개가 공식화 수순을 밟고 있다. 한밤중 회담 취소 발표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승부수에 사실상 백기를 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6일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 완전한 비핵화 의지를 재천명하면서 북-미 간 1차 기싸움은 일단 마무리된 듯하다. 하지만 북-미 간 비핵화 방식에 대해서는 여전히 간극이 있는 만큼, 북-미 간 핵담판은 이제부터 정면승부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 문 대통령, “미국도 북한의 CVID 의지 확인”

문 대통령은 27일 기자회견에서 “김 위원장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의지가 확고하다는 것을 어제 다시 한번 분명하게 피력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김 위원장에게 불분명한 것은 비핵화 의지가 아니라 자신들이 비핵화할 경우 미국에서 적대관계를 종식하고 체제 안전을 보장하겠다는 것을 확실히 신뢰할 수 있는가에 대한 걱정이 있다고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김정은의 완전한 비핵화가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회담 성사의 ‘특정 조건(certain condition)’인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와 같다는 점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북-미 간 회담에 합의하고 실무회담을 한다는 것은 미국에서도 북한의 그런 의지(CVID)를 확인한 것이 아니냐”며 “미진한 게 있다면 실무회담에서 명확하게 확인될 것”이라고 했다.

또 문 대통령은 “북-미 양국 간 상대가 무엇을 원하는지 분명히 인식하는 가운데 회담이 추진되고 있어 (북-미 간) 실무회담도, 6·12 본회담도 잘되리라 기대한다”고 밝혔다.

다만 문 대통령은 “(북-미 간) 비핵화에 대해 뜻이 같다 하더라도 어떻게 실현해 나갈 것인가에 대한 로드맵은 양국 간에 협의가 필요하고 그런 과정이 어려울 수 있다”고 밝혔다. 또 “의제에 관한 실무협상이 얼마나 순탄하게 마쳐지느냐에 따라 (북-미 정상회담이) 차질 없이 열릴 것인가 성공할 것인가가 달려 있다”고 했다.

○ 비핵화 선행조치 놓고 본격 힘겨루기

문 대통령과의 깜짝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를 전달받은 김정은은 미국의 ‘선(先) 비핵화 원칙’에 대해 이전보단 유연한 태도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이날 미국의 체제 안전 보장은 북한의 구체적인 비핵화 선행조치가 있어야 제공될 수 있다는 점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체제 보장을 위한) 여러 방안은 비핵화 추진 방안에 대한 북-미 간 합의가 이뤄지고 북한이 어느 정도 실질적으로 이행한 다음에 검토 가능한 것”이라고 했다. 김정은이 문 대통령에게 어떤 식으로든 이와 관련한 입장 표명을 했기에 가능한 청와대의 반응이다. 여권 고위관계자는 “제재 완화와 경제적 보상, 테러지원국 해제 등 체제 보장 관련 조치들은 미 의회와의 논의가 필요한 만큼 비핵화가 어느 정도 마무리돼야 관련 조치들이 나올 수 있다”며 “이제 북한이 단계별 비핵화 조치를 선행하면 미국이 어떤 보상을 해주느냐가 핵심”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남북미 3국 정상회담을 통한 북한 체제 안전 보장 구상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밝혔다. 북-미 정상 간 핫라인 구축과 연락사무소 개설 등 핵심적인 체제 보장 조치가 3국 정상회담에서 논의될 것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북한이 취해야 할 선행조치의 수준을 놓고 북-미 회담 조율이 다시 한번 출렁일 가능성도 작지 않다.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은 25일 담화문에서 “한 가지씩이라도 단계별로 해결해나간다면 지금보다 관계가 좋아지면 좋아졌지 더 나빠지기야 하겠는가”라며 미국의 일괄타결 해법에 여전히 거리를 뒀다. 심지어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 취소를 밝힌 뒤에 이 담화가 나온 것임을 감안하면 단계적 비핵화와 동시적 조치는 김정은이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 정부 관계자는 “미국의 비핵화 요구에 대한 북한의 보상 요구는 여전히 수준이 높은 것으로 안다. 이제 비핵화 본게임이 시작됐을 뿐”이라고 말했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문재인 대통령#북한#체제보장#cv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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