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의장은 여야 지도부와 참석한 29일 국회 기념행사에서 “대통령 탄핵 위기에서도 대한민국이 순항할 수 있었던 건 헌법 정신을 지키려 합심한 정치권의 헌신 때문이었다. 민주주의 기초는 여야의 협치에 있다”고 강조했다. 1948년 문을 연 국회는 올해로 개원 70주년을 맞았다.
정 의장은 앞서 28일 고별 기자회견에서도 재임 중 가장 큰 사건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안 처리를 꼽았다. 그는 “헌정사상 초유의 국가위기 상황에서도 국회는 헌법이 정한 절차와 규정에 따라 탄핵안을 처리해 새 정부 출범의 마중물이 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정 의장에 대해 “여당 내 자기 계파를 거느린 역대 가장 힘 있는 국회의장이었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여당 원내대표보다 영향력이 없던 일부 전직 국회의장들에 비해 정 의장은 중요한 정국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냈다는 것이다.
예컨대 국회에서는 정 의장의 면모를 보여주는 장면으로 지난해 11월 방한한 트럼프 대통령의 국회 연설을 꼽는다. 미국 대통령으로서는 24년 만의 국회 본회의 연설인데다 남북미 관계가 첨예한 상황이어서 적지 않은 주목을 끈 정치 이벤트였다. 당시 정 의장은 혹시나 모를 일부 진보성향 국회의원들의 돌출 행동을 막기 위해 직접 나서는 등 의전에 각별한 공을 들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설이 끝난 뒤 엄지를 치켜세우며 흡족한 반응을 보였다.
국회 청소 근로자들에 대한 직접 고용과 국회 특권 내려놓기, 친인척 보좌진 채용 금지 등도 정 의장 재임 중 이뤄졌다. 그러나 정 의장은 소신이던 개헌을 임기 내 실현하지 못한 데 대해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재경 국회의장 정무수석비서관은 “여야 협치의 리더십을 구현하는데 앞장선 국회의장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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