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남북고위급회담을 위해 판문점 평화의집을 찾은 북측 단장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은 남측 기자들의 여러 질문에 다소 언짢은 기색을 보였다.
리 위원장은 이날 오전 9시 30분께 북측 대표단과 함께 판문점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회담장인 평화의집으로 향하는 길에 “엄중한 사태로 인해서 회담이 무기한 연기됐었는데 그 엄중한 사태는 해결이 됐다고 보느냐”라는 질문을 받았다.
앞서 리 위원장은 지난달 북한이 남북고위급회담을 일방적으로 무기한 연기한다고 통보한 다음날인 17일 “북남 고위급 회담을 중지시킨 엄중한 사태가 해결되지 않는 한 남조선의 현 정권과 다시 마주앉는 일은 쉽게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리 위원장은 이에 대한 질문을 받자 2∼3초 동안 아무런 말을 하지 않다가 “저거 뭐야, 기자 선생들이 질문하는 거는 여러가지 각도에서 할 수 있지. 그런데 달라진 시대적 요구에 맞게 질문도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라고 되받았다.
그러면서 “어디 소속입니까”라고 질문한 기자에게 물었다. 그 기자가 jtbc라고 답하자 리 위원장은 “손석희 선생이랑 잘하는 거 같은데 왜 그렇게 질문하오. 앞으로 이런 질문은 무례한 질문으로 치부할 수 있다”고 쏘아부쳤다.
그는 “엄중한 사태가 어디서 조성된 걸 뻔히 알면서 나한테 ‘해소됐냐’ 물어보면 되나”라며 “화해와 협력을 도모하는 측면에서 질문이 진행되(어야 하)고 뭔가 불신을 조장시키고 오도할 수 있는 질문을 하면 되지 않겠다”고 지적했다.
또 이날 고위급회담을 어떻게 전망하느냐는 질문에 “판문점 선언 이행을 위해서 회담을 하려고 왔는데 어떻게 될 것인지 뻔하지 않나”라며 “아주 잘 될 게 분명하지. 기자 선생들은 잘 안되길 바라오?”라고 되물었다.
판문점 통일각에서 진행돼온 북미 간 실무회담에 대해서는 “저하고 상관없는 일”이라며 답변을 피했다.
6월 12일 북미정상회담 준비에 대해서도 “싱가포르에 날아가서 질문하소. 여긴 판문점이라고”라고 까칠하게 답했다.
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pt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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