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전국 판사들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자에 대한 형사 조치 논의에서 소장 법관들과 고위 법관들 간의 의견이 엇갈렸다. 소장 법관들은 수사 요청 등 형사상 조치를 요구한 반면 고위 법관들은 형사 조치를 취하는 것을 우려했다.
부산지법 배석판사들은 회의를 열고 “이번 사태의 의사 결정, 기획, 실행에 주도적으로 관여한 사람에 대한 수사 요청을 포함한 모든 실행 가능한 후속 조치를 촉구한다”는 결의문을 의결했다. 부산고법의 판사(지방법원 부장판사급)와 배석판사들도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를 주도하거나 이에 관여한 사법행정 담당자들에 대해 형사상 책임 추궁을 포함한 철저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대법원이 수사 의뢰 등을 통해 ‘형사상 책임’을 추궁할 것을 요구한 것이다.
전날 열린 회의 결과를 이날 발표한 서울남부지법 단독·배석판사들은 “사법행정권 남용 행위의 관련자에 대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법이 정하는 바에 따라 엄중한 책임을 물을 것을 촉구한다”고 결의했다.
반면 서울고법 부장판사들은 회의를 열고 “사법부 구성원으로서 책임을 통감한다”는 결의문을 의결했다. 이들은 “대법원장, 법원행정처, 전국법원장회의, 전국법관대표회의 등 사법행정을 담당하거나 자문하는 기구가 형사 고발, 수사 의뢰, 수사 촉구 등을 할 경우 향후 관련 재판을 담당하게 될 법관에게 압박을 주거나 영향을 미침으로써 법관과 재판의 독립이 침해될 수 있음을 깊이 우려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회의에서 대부분 사법행정권 남용에 대한 잘못된 점은 지적해야 하지만, 형사 조치를 판사들이 스스로 언급한다면 중립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의견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 회의에선 안철상 법원행정처장이 98개 문건을 이날 공개한 것에 대해 ‘지나치다’는 의견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50대인 서울고법 부장판사들은 사법연수원 13∼23기가 주축이며, 중요 사건의 2심 판결을 대부분 결정한다.
회의를 열어 논의를 한 판사들과 달리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들은 5일 예정된 3차 회의도 열지 못했다. 전날 오전 1차 회의에서 의견을 조율하지 못해 오후에 2차 회의를 다시 열었지만 정족수가 미달돼 파행했다. 광주지법 단독·배석판사회의, 서울회생법원·대전지법·수원지법 전체판사회의는 회의를 하긴 했지만 결의를 내놓지는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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