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지방선거에서 유권자들에게 각인된 후보들의 이미지는 판세를 좌우할 핵심 변수다. 동아일보는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한규섭 교수팀(폴랩·pollab)과 함께 2014년 7월부터 지난달 중순까지 약 4년 치 28개 언론사 기사에 등장한 광역단체장 후보 이미지를 빅데이터 기법으로 분석했다. 해당 후보를 다룬 기사에서 빈번하게 언급된 키워드와 연관 인물을 뽑아봤다. 한 교수는 “유권자들이 광역단체장 후보들을 어떤 이미지로 보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朴 ‘3선’, 金 ‘대구’, 安 ‘탈당’
더불어민주당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는 현직답게 ‘서울시장’ ‘3선’ 키워드로 가장 자주 인식됐다. 3선 이미지는 풍부한 시정 경험으로 비칠 수 있지만, 동시에 ‘3선 피로감’ 혹은 ‘바꿔 보자’는 야당 프레임에 갇힐 수도 있다. 박 후보가 미취업 청년들에게 지급한 ‘청년수당’은 문재인 정부에서 확대 적용되며 좋은 평가를 받았다. 서울시 공무원들의 접대·청탁을 엄격히 처벌한 ‘박원순법’도 유권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민주당 경선 내내 경쟁자들이 집중 제기한 ‘미세먼지’ 대책을 비롯해 6년 전 불거진 박 후보 아들의 병역비리 의혹(‘아들’ ‘의혹’ 키워드)은 부정적인 이미지로 분석된다. 함께 거론된 인물 1위로 나타난 문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경선에서의 경쟁을 반영한 동시에 정권교체 이후 박 후보가 문 대통령과 ‘원 팀’을 강조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자유한국당 김문수 서울시장 후보 하면 떠오른 키워드 1, 2위는 ‘대구’와 ‘김부겸’이다. 김 후보는 2016년 대구 수성갑 국회의원 선거에서 민주당 김부겸 후보에게 패했다. ‘잠룡’과 ‘경기도지사’는 김 후보의 풍부한 정치 경험을 보여준다. 2014년 새누리당 보수혁신위원장을 맡았을 당시 개혁적 면모는 ‘혁신위’ 이미지와도 연결된다.
‘대통령’ ‘탄핵’ ‘태극기’는 김 후보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에 활발히 참여한 데 따른 것이다. 보수 지지층을 결집하는 동시에 진보 지지층에 ‘극우’로 비칠 양면성을 갖고 있다.
바른미래당 안철수 후보의 경우 총 3만519건의 기사가 작성돼 광역단체장 후보 중 압도적 1위였다. 2위 박원순 후보(1만1430건)에 비해서도 약 3배나 많은 기사량이다. 한때 ‘안철수 현상’을 이끈 대선 후보로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았기 때문이다.
안 후보와 관련해선 ‘미래’ ‘연대’ ‘신당’ 같은 이미지들이 상위권이었다. 새로운 정치세력이라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무소속으로 출발했다가 벌써 세 번째 당에 소속된 부정적인 이미지도 내포하고 있다. ‘탈당’ ‘논란’ ‘박지원’ 키워드는 민주당 분당과 국민의당 창당 과정에서의 정치적 논란이 여전히 유권자들의 기억에 남아 있음을 보여준다.
○ 경기지사 후보들 차기 ‘대권 주자’ 이미지
민주당 이재명 경기도지사 후보는 ‘문재인’ ‘안희정’ ‘대선’ 등 대권 주자로서 이미지가 강했다. ‘탄핵’ ‘박근혜’ 등은 탄핵 정국에서 전국적 스타로 떠오르면서 1000건 넘게 기사가 폭증한 데 따른 것이다. ‘논란’이란 키워드는 최근 욕설 논란이나 배우 김부선 씨와의 스캔들과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 ‘구단주’는 이 후보가 구단주인 성남FC와 네이버의 유착관계 의혹과 연관돼 있다.
한국당 남경필 후보는 도지사 재임 기간 강조한 ‘연정’과 ‘일자리’가 상위권 키워드에 올랐다. 남 후보는 재임 중 일자리 60만 개를 만들었다고 발표했다. ‘잠룡’은 보수 진영의 대권 주자로서의 이미지다. 반면 ‘아들’ ‘투약’ ‘폭행’ 키워드는 마이너스 요인이다. 남 지사의 장남은 2014년 4월 후임병을 폭행한 데 이어 지난해 필로폰을 투약한 사실이 드러났다.
○ 경남지사 후보들 ‘문재인’ ‘김무성’ 키워드
지방선거 최대 승부처로 꼽히는 경남도지사 선거에 나선 민주당 김경수 후보의 연관 인물로는 문 대통령이 눈길을 끈다.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실세로 꼽히는 김 후보의 위상이 반영된 것이다. 그러나 경남지사 출마 여부가 관심을 끌던 올해부터 김 후보 기사가 급증했고 그중에서도 ‘드루킹’ ‘경찰’ ‘보좌관’ ‘소환’ ‘특검’ ‘댓글’ ‘인사 청탁’ 등 관련 키워드가 상위권을 차지했다. 댓글 여론조작 사건 연루 의혹의 영향이다.
한국당 김태호 경남도지사 후보의 핵심 키워드는 공교롭게 같은 당 소속 김무성 의원이다. 2016년 총선을 앞두고 당시 새누리당 대표였던 김 의원과 벌인 공천 갈등이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상위권에 오른 ‘개죽음’ 키워드는 김 후보가 2015년 6월 제2연평해전 13주년을 맞아 “다시는 우리 아들딸들이 이런 개죽음을 당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발언해 논란을 빚은 것과 관련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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