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당 대표직 두번째 중도하차 불명예… 2011년엔 뭣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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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년 6월 14일 15시 59분


“결국 나라를 통째로 넘겼습니다”라는 말을 하고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14일 오후 당사에서 떠났다. 사진=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결국 나라를 통째로 넘겼습니다”라는 말을 하고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14일 오후 당사에서 떠났다. 사진=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6·13 지방선거 참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두 번의 당 대표를 맡아 두 번 모두 중도 하차하는 불운의 당 대표가 된 것.

홍 대표는 14일 오후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오늘부로 당 대표직을 내려놓는다”며 “부디 한마음으로 단합하셔서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정당으로 거듭나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참패했고 나라는 통째로 넘어갔다. 모두가 제 잘못이고 모든 책임은 저에게 있다”며 “국민 여러분들의 선택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홍 대표는 대선 패배 55일 만인 지난해 7월 제1야당의 대표로 정치 전면에 복귀했다. 하지만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막말’, ‘사천’ 논란 등 당내 분란을 자초했다는 비난과 함께, 남북 대화 기류 속에서 지나친 강경 발언으로 민심을 읽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에 6·13 선거 기간 중 일부 한국당 후보자들이 당 대표의 지원 유세를 피하는 이른바 ‘홍준표 패싱’ 현상이 일어나기도 했다.

홍 대표는 이명박 대통령 재임 시절인 2011년에도 비슷한 이유로 불명예 퇴진한 바 있다.

비주류의 길을 걷던 홍 대표는 2011년 4·27 재보선 패배로 ‘안상수 체제’가 붕괴된 이후 2개월여 만에 치러진 경선에서 2위인 유승민 최고위원을 1만표 가까운 차이로 누르며 대표직을 차지했다. 홍 대표는 이듬해인 2012년 4월 총선에서 승리해야 한다는 막중한 과제를 안게 됐다.

하지만 그는 10·26 서울시장 보궐 선거 패배와 잇따른 막말 파문,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에 대한 디도스 공격사건에 대한 대처 실패 등으로 결정타를 맞아 취임 5개월 만인 2011년 12월 불명예 퇴진하게 됐다.

홍 대표는 당시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추진한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에서 25.7%를 기록한 투표율에 대해 “사실상 승리했다”고 말해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막말’ 파문으로 비난을 사기도 했다. 홍 대표는 2011년 10월 홍대 앞에서 가진 대학생들과의 ‘타운미팅’에서 “이대 계집애들”이라고 말했다가 사과했다.

홍 대표의 사퇴를 이끈 결정타는 한나라당 최구식 의원의 비서가 개입한 것으로 드러난 중앙선관위 디도스 공격 파문이다. 당시 홍 대표의 디도스 파문 대응과 현실 인식이 안이하다는 이유로 선출직 최고위원 3명이 동반 사퇴했지만, 홍 대표는 의원총회에서 ‘재신임 카드’를 꺼내며 버티기에 나섰다. 하지만 결국 당내 반발에 못 이겨 사퇴를 결정했다.

홍 대표는 당시 기자회견에서 “22만 당원 동지 여러분이 압도적으로 선출해 준 그 뜻에 보답하기 위해 지난 5개월 동안 불철주야 국정을 살피며 내년 총·대선에 대비해 왔다”면서 “그러나 무상급식 주민투표에 따른 돌발적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있었고 한미FTA(자유무역협정) 비준안 처리 이후 ‘디도스 사건’ 등 당을 혼돈으로 몰고 가는 악재가 연달아 터졌는데 이는 모두 내 부덕의 소치”라고 밝혔다.

이어 “그간 서민 대표로서 서민의 애환을 살피고 반값 아파트와 국적법 개정 등 대한민국을 바꾸는 획기적 개혁정책도 내놓았다”면서 “한나라당에서 유일하게 혁신에 성공한 현재의 당헌을 만들면서 개혁과 쇄신에도 앞장서 왔는데 그런 나를 일부에서 쇄신 대상으로 지목하는 것을 보고 참으로 마음이 아팠다”며 서운함을 표시했다.

홍 대표는 “집권 여당 대표로서 혼란을 막고자 당을 재창당 수준으로 쇄신하고 내부 정리를 한 후에 사퇴하고자 했던 내 뜻도 기득권 지키기로 매도되는 것을 보고 더 이상 이 자리에 있는 게 무의미하다고 판단했다”면서 “더 이상 당내 계파투쟁, 권력투쟁은 없어야 한다. 모두 힘을 합쳐야만 총ㆍ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며 당의 단합을 주문했다.

그러면서 “여러분의 뜻을 끝까지 받들지 못하고 대표직에서 사퇴하는 것을 너그럽게 용서해 주길 바란다”면서 “평당원으로 돌아가 대한민국과 한나라당의 발전에 한 알의 밀알이 되도록 하겠다. 그동안 감사했다”고 말했다.

최정아 동아닷컴 기자 cja09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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