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주자 경쟁, 與 더 치열해지고 野는 인물난 더 심해져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6월 15일 03시 00분


[지방선거 여당 압승]지방선거 이후 달라진 구도

6·13지방선거에서 차기 대선 주자그룹이 대거 당선되면서 대권 구도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된다. 더불어민주당 김경수 경남도지사 당선자, 이재명 경기도지사 당선자가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의 이탈로 다소 헐거워진 차기 여권 대선 주자군을 두껍게 했다는 것이다. 반면 보수 야당은 자유한국당 남경필 경기도지사 후보, 바른미래당 안철수 서울시장 후보가 타격을 입으면서 인물 기근이 상대적으로 더 심해질 수밖에 없게 됐다.

여권에서 선거 후 가장 위상이 달라진 주자는 아무래도 김경수 당선자와 박원순 서울시장을 꼽는다. 김 당선자는 민주당 간판으로 첫 경남도지사를 따내면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오랜 염원이던 지역주의 타파를 이뤄냈다는 타이틀을 갖게 됐다. 김 당선자는 14일 오전 김해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승리한 김정호 전 대통령기록관리비서관, 재선에 성공한 허성곤 김해시장과 김해 봉하마을의 노 전 대통령 묘역을 찾았다. 김 당선자는 “노 전 대통령이 그토록 원했던 것처럼 지역주의를 뛰어넘은 국가 균형발전과 한반도 평화를 위한 역사의 페이지로 만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 당선자는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 등과 본격적으로 친문 그룹 내 차기 주자 경쟁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선거 후 시작되는 ‘드루킹 특검’은 김 당선자에게 적지 않은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여권 관계자는 “김 당선자가 특검 수사를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차후 대선 주자로 도약할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장 3선에 성공한 박원순 당선자도 유력 주자그룹에 발을 들이게 됐다. 특히 서울시장을 거치며 쌓은 행정능력은 다른 주자들과 차별화되는 지점이다. 하지만 김경수 당선자, 임종석 실장 등 친문 그룹과는 정치적 배경이 다른 만큼, 민주당 친문 핵심 당원들에게 얼마나 다가설 수 있느냐가 핵심 변수가 될 듯하다.

이재명 당선자는 배우 김부선 씨와의 스캔들 의혹에도 불구하고 승리하면서 차기 주자로서 가능성을 열었다. 야권이 최근 16년 동안 승리하지 못했던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56.4%의 높은 득표율을 기록해 충성 지지층을 확인했다는 평가다. 민주당이 경기도의원 129석 중 128석을 석권해 ‘여대야소’로 바뀐 것도 이 당선자의 정책 행보에 큰 힘이 될 것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하지만 이 당선자가 스캔들 의혹에 대처하는 방식과 자세와 관련해선 여전히 말이 나오고 있어 한동안 부담이 될 수밖에 없을 듯하다. 특유의 거친 이미지가 부담이 될 것이라는 말도 많다. 당선자는 14일 방송 인터뷰 중 여배우 스캔들과 관련된 질문이 이어지자 인터뷰를 중단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그는 이후 페이스북 라이브 방송을 통해 “(과거 질문을) 안 하겠다고 약속하고 또 그랬다. 그래도 제가 좀 지나쳤다는 생각이 든다”고 사과했다.

유성구청장을 거쳐 대전시장에 오른 허태정 당선자(53)의 잠재력을 거론하는 인사들도 있다. 한 충청권 의원은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후 충청 민심을 달래줄 인물이 없었는데 허 당선자가 이번 선거에서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야권에서는 민주당 바람 속에서 거의 유일하게 살아남은 무소속 원희룡 제주도지사 당선자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향후 보수 재편 과정에선 더 강력한 존재감을 드러낼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원 당선자는 14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탄핵 국면에서 탈당했던 한국당에 복당하거나 민주당에 갈 일은 없다. 나의 길을 가겠다”고 밝혔다. 권영진 대구시장 당선자도 보수가 궤멸되면서 자의 반 타의 반 차기 주자군에 이름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차기주자 경쟁#여당#치열#야당#인물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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