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기초단체장-시의회까지… 與都 부산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6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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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선거 여당 압승]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촛불이 틀렸다 카고, 남북 정상회담을 ‘쇼’라 카는데 가만히 있을 순 없지예.”

부산에 사는 김모 씨(52·상인)는 6·13지방선거에서 오랫동안 지지하던 보수정당 대신 더불어민주당 후보들을 밀었다고 당당하게 공개했다. 김 씨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이던 2016년 11월 부산 서면에서 열린 촛불집회를 떠올리며 “그때 시민 10만 명이 몰린 걸 보고 부산의 야성(野性)이 다시 살아나고 있음을 느꼈다”고도 했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지방선거를 계기로 1995년 첫 지방선거 이후 보수세력이 독점한 부산의 정치지형이 1990년 김영삼(YS)의 3당 합당 이전으로 돌아선 극적인 변화가 일어났다고 분석하고 있다. 부산은 과거 군사정권 시절 대표적인 야도(野都)로 통할 정도로 보수와는 거리가 있었지만 3당 합당 이후 ‘보수의 텃밭’으로 돌아섰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후보로 나선 오거돈 부산시장 당선자는 55.23%를 득표해 자유한국당 서병수 후보를 18%포인트 차로 크게 앞섰다. 이뿐만 아니라 민주당은 총 16곳의 부산 지역 기초단체장 가운데 13곳(81.3%)을 휩쓸었다. 불과 4년 전 지방선거 때에는 당시 여당이던 새누리당이 기초단체장 16곳 중 15곳을 차지했다. 민주당은 한 곳도 차지하지 못했다.

비례대표 외에 42명을 뽑는 부산시의원 선거에서도 민주당은 당초 예상을 훌쩍 뛰어넘어 90% 이상인 38명을 확보했다. 앞서 4년 전 선거에서는 새누리당이 42곳 전체를 싹쓸이했다. 부산의 광역과 기초단체장 권력지형이 혁명적인 수준의 변화를 겪은 셈이다.

지역 정가에서는 부산의 바닥민심 변화가 2016년 총선에서 민주당이 5석을 확보하면서부터 시작됐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치러진 대선에서도 당시 문재인 후보가 부산에서 거둔 득표율(38.71%)이 한국당 홍준표 후보(31.98%)를 앞질렀다. 민주당 민홍철 경남도당 위원장은 “침체된 부산과 울산, 경남을 새롭게 변화시키겠다는 열망이 이번 선거에서 고스란히 나타났다”고 말했다.

경남도 지방권력 교체에 버금가는 변화가 일어났다. 경남도지사를 비롯해 총 18곳의 경남 기초단체장 가운데 7곳을 민주당이 차지했다. 4년 전에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향인 김해시 한 곳만 민주당 몫이었다. 지역에서는 지난해 경남도지사 임기 도중 사퇴한 한국당 홍준표 대표에 대한 심판론이 선거 결과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는 시각도 있다. 조유묵 마창진 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처장은 “홍 대표의 막말과 정태옥 의원의 이부망천 발언이 경남 선거에서도 악재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경남은 전체적으로 민주당 지지 기반이 넓어진 가운데 거제 통영 고성 남해 등 민주당 기초단체장 후보들이 오랫동안 터를 닦은 지역에서 승리를 거머쥐었다. 각종 지역 현안을 해결할 ‘힘 있는’ 여당 단체장에 대한 기대감도 선거에 반영됐다. 민주당 관계자는 “시민들이 지역 정치질서와 방식을 모두 바꾸라고 명령한 것이다. 경남에서 민주당 외길을 묵묵히 걸은 후보들에게 유권자들이 기회를 준 것”이라고 말했다.

김상운 sukim@donga.com / 창원=강정훈 / 홍정수 기자
#시장#기초단체장#시의회#부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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