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무일 총장-이철성 청장과 靑오찬… “경찰에 더 많은 수사 자율성 부여”
다음주 조정안 발표 앞두고 의지 피력
문무일 총장, 검찰 내부 우려 솔직 전달… 퇴근길 “문명국가 돼야” 우회 반박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문무일 검찰총장, 이철성 경찰청장과 오찬을 갖고 검경 수사권 조정에 대한 강한 의지를 밝혔다. 문 대통령은 “경찰은 수사에서 더 많은 자율성을 부여받아야 하고, 기소권을 갖고 있는 검찰은 사후적·보충적으로 경찰 수사를 통제하는 데 역량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문 총장은 이날 퇴근길에 “문명국가”를 거론하며 문 대통령의 수사권 조정 방침을 우회적으로 맞받았다.
○ 문 대통령 “왜 같은 내용으로 두 번 조사받나”
문 대통령은 이날 1시간 30분 동안 문 총장, 이 청장, 박상기 법무부 장관,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 조국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과 오찬을 함께했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수사권 조정에 대한 문제의식은 왜 국민들이 똑같은 내용을 가지고 검찰과 경찰에서 두 번 조사를 받아야 하느냐는 것”이라며 “이건 국민의 인권침해고, 엄청난 부담이 되풀이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그간 검경 내부의 여론 수렴을 거쳐 ‘검찰의 수사 지휘권을 폐지하고 경찰에 수사 종결권을 부여하는 내용’을 뼈대로 한 수사권 조정안을 마련하고 내주에 발표할 예정이다.
문 대통령은 현 정부 출범 이후 국내 정보 수집 등을 폐지한 국가정보원의 예를 들며 “북한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에서부터 남북 정상회담, 북-미 정상회담 성사에 큰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검찰과 경찰 모두 국정원처럼 큰 폭의 변화를 수용하라는 것이다.
또 문 대통령은 수사권 조정과 관련된 2002년 노무현 대통령 공약과 2012년 대선 공약을 자신이 만들 정도로 오래전부터 고려해온 문제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내가 과거에 민주화운동을 하다가 구속된 경력도 있고 하니 검찰, 경찰, 국정원 등 권력기관에 대해 적대적일 거라 지레짐작하고 있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며 “이런 권력기관들이 국민들로부터 신뢰받는 기관이 되는 데 (예전부터) 관심을 갖고 큰 기대를 걸어왔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어떤 결정을 내리든 조직의 불만이 있을 수밖에 없다”며 “수사권 조정안이 나오면 검찰이든 경찰이든 다들 미흡하게 여기고 불만이 나올 텐데 받아들일 수 있도록 구성원들을 잘 설득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검찰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검경 수사권 조정을 반드시 관철시키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오찬에 앞서 문 대통령은 문 총장의 요청에 따라 조 수석만 배석한 채 30분간 문 총장을 별도로 만났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문 총장은 수사권 조정안에 대한 (검찰 내부의) 우려를 대단히 솔직하게 피력했다”고 설명했다.
○ 문무일 “문명국가 제도 정착돼야…”
검찰 내부는 부글부글 끓는 분위기다. 검찰 고위 관계자는 “대통령의 방침이라 공직자로서 받아들일 수밖에 없겠지만 앞으로 큰 부작용이 우려된다”며 허탈해했다. 문 총장은 이날 퇴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수사권 조정에 대한 문 대통령 발언에 대해 “국민이 문명국가의 시민으로 온당한 대접을 받을 수 있는 제도가 정착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정부가 마련한 수사권 조정안이 ‘문명국가’에 걸맞지 않은 ‘야만적인 제도’라는 뉘앙스를 담은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다음 주중 수사권 조정안이 공식 발표되면 검사들의 반발이 거세지면서 문 총장이 거취를 표명하는 상황으로 가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그러나 국회가 검경 수사권 조정의 키를 쥐고 있는 만큼 거취 표명이 나올 상황은 아니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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