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은 21일 지방선거 참패 뒤 수습책을 논의하기 위한 두 번째 의원총회를 5시간 20분 동안 열었다. 선거 다음 날 의총보단 2시간 더 길었다. 그러나 새 비대위원장 후보나 혁신안을 놓고 깊이 있게 토론할 겨를이 없었다. 친박(친박근혜) 의원들을 핵심으로 하는 ‘비복당파’들이 김성태 대표 권한대행의 책임론을 집중 제기하자 바른정당에서 돌아온 복당파 의원들은 김 대행을 방어하느라 시간을 다 보냈다.
친박계 등 비복당파는 △김 대행이 19일 특정계파(복당파) 의원 모임에 참석했다는 점 △이 모임 참석자인 박성중 의원이 휴대전화에 ‘친박·비박 싸움 격화, 세력화가 필요하다. 목을 친다’ 등 ‘친박 제거’를 암시하는 회의록 형식의 메모를 한 점 △김 대행이 의원들과 논의 없이 갑자기 중앙당 해체라는 쇄신안을 발표한 점 등을 문제 삼았다.
박 의원은 의총을 시작하자마자 “논란을 일으켜 죄송하다. 회의 때 나온 여러 가능성과 우려들을 순서대로 메모한 것일 뿐”이라며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비복당파들은 파상 공세를 시작했다. 친박계 핵심인 김진태 의원은 “국민들이 보기엔 홍준표나 김성태나 거기서 거기다. 선거에서 그렇게 졌는데 물러나는 건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계파색이 엷은 신상진 의원도 “책임지고 반성하는 자세가 부족했던 게 당이 어렵게 된 중요한 문제다. 책임지는 자세부터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심재철 정용기 의원 등 6, 7명은 김 대행의 사퇴를 촉구했고 표결을 주장하는 말도 나왔다.
친박계 의원들은 김 대행과 김무성 의원 등 복당파들이 인적쇄신을 명분으로 ‘친박 학살’을 하려는 것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했다고 한다. 이 가운데 성일종 의원은 “구당파(복당파) 모임에는 김무성 의원도 있다 보니 오해가 증폭된다. 탈당하면 계파 개념 없어지는 것 아니냐”면서 김무성 의원의 탈당을 권유하기도 했다.
그러자 복당파들의 반격도 시작됐다. 김학용 강석호 이은재 박순자 의원 등 복당파 5, 6명은 잇달아 발언을 신청해 “김 대행의 공도 크다. 대표가 나갔는데 원내대표도 나가라는 게 말이 되냐”고 반박했다.
김 대행은 자신의 사퇴 요구에 대한 답변은 하지 않은 채 의총을 마무리한 뒤 “혼란과 혼돈으로 빠지지 않고 국민 요구에 부응하는 쇄신과 개혁을 하겠다. 더 이상 당내 갈등을 유발하는 행위는 어떤 것도 용인하지 않겠다”고 말하고는 퇴장했다. 친박계인 이장우 의원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김 대행의 마무리 발언은 의원들의 얘기는 듣지도 않은 사람처럼 ‘어쨌든 나를 따르라’고 한 것”이라며 “앞으로 초·재선 의원 모임을 계속해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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