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메모지 들고 정상회담 흔한 일” 일부 비판 반박
시진핑-푸틴-아베도 애용… 트럼프는 단독회담때 맨손 선호
“문재인 대통령이 사법연수원을 차석으로 졸업하셨다는 점을 환기시켜 드리고 싶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27일 춘추관에서 가진 정례브리핑에서 갑자기 이렇게 말했다. 문 대통령의 36년 전 사법연수원 성적이 언급된 이유는 이날 한 중앙일간지의 칼럼 때문. 22일 한-러 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이 A4용지를 들고 있는 장면을 두고 “정상 간의 짧은 모두발언까지 외우지 못하거나, 소화해 발언하지 못하는 건 문제”라고 지적한 것을 반박하면서다.
김 대변인은 “(대변인을 맡은 후) 넉 달여 동안 많은 정상회담과 고위급회담에 들어갔다. 거의 모든 정상이 메모지를 들고 와서 이야기한다”며 “‘당신과의 대화를 위해 이만큼 철저하게 준비해 왔다’는 성의 표시”라고 덧붙였다. 이어 “(메모지로) 지도자의 권위, 자질에 대한 신뢰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는데 지난해 말까지 일촉즉발의 전쟁 상황을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으로 이끌어낸 게 문 대통령”이라고 반박했다.
그렇다면 청와대 말대로 실제로 많은 정상들이 회담에서 메모지를 사용할까. 일단 외교부 관계자는 “회담의 성격이나 정상의 스타일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상당수 정상은 회담에서 메모지를 활용한다”고 말했다. 인사말과 농담까지 메모를 준비하는 정상도 있고, 핵심적인 내용만 담은 자료를 갖고 회담장에 들어가는 정상도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최근에는 물론이고 지난해 7월 독일에서 가진 첫 한-러 정상회담에서 철도와 자유무역협정(FTA) 등 의제들을 빼곡히 담은 메모지를 직접 손으로 넘겨가며 대화했다고 한다. 올 2월 평창 겨울올림픽을 계기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역시 한일 위안부 합의와 소녀상 문제 등을 담은 자료를 들고 문 대통령과 회담을 가졌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역시 정상회담 때 메모를 활용한다는 게 외교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물론 메모 없이 하는 경우도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확대 정상회담 때는 자료를 활용하지만 단독 회담 때는 메모지 없이 대화하는 것을 선호하는 편이다.
문 대통령은 취임 초 트럼프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선 메모 없이 회담을 했다. 그러다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등 다자회의에서 다른 정상들이 메모를 참고하는 걸 보고 종종 메모를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정부 관계자는 “정상회담은 치열한 전략·논리 싸움인 만큼 지켜보는 입장에선 오히려 정상들이 메모지를 활용하지 않을 때 더 조마조마한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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