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적 병역거부 대체복무 ‘산넘어 산’, 기초군사훈련제도까지 손봐야

  • 동아닷컴
  • 입력 2018년 6월 28일 14시 44분


종교등의 개인 사정을 이유로 군복무를 거부한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처벌하는 조항은 합헌이지만, 이들을 위한 대체복무를 정하지 않은 병역법 조항은 헌법에 어긋난다는 헌법재판소의 판단이 나왔다.

헌법재판소는 28일 병역법 제88조 제1항 제1호, 제5조 1항 등에 대한 헌법소원 심판을 진행했다.

병역법 제88조 제1항은 ‘현역입영 또는 소집통지서를 받은 사람이 정당한 사유 없이 입영하지 아니하거나 소집에 응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법원은 병역법 위반자에 대해 집행유예 없는 징역형을 선고해 왔다.

헌재는 이 조항에 대해 재판관 4명은 합헌, 4명은 일부위헌, 1명은 각하 의견을 냈다. 헌재는 “병역거부는 양심의 자유를 제한하는 근거가 되는 다른 공익적 가치와 형량할 때 결코 우선적으로 보호받아야 할 보편적 가치를 가진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병역의 종류를 정하고 있는 제5조 1항에 대해서는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대체복무제 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재판관 6(헌법불합치) 대 3(각하)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현행 병역법(5조 1항)은 병역의 종류를 현역·예비역·보충역 등 으로 한정하고 있다.

헌재는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대체복무제를 규정하지 아니한 병역종류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배해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양심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다수결을 기본으로 하는 민주주의 의사결정구조에서 다수와 달리 생각하는 이른바 ‘소수자’들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이를 반영하는 것은 관용과 다원성을 핵심으로 하는 민주주의의 참된 정신을 실현하는 길”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해당 조항에 대해 2019년 12월31일까지를 효력 시한으로 정했다. 국회가 병역종류를 규정한 병역법 규정을 대체복무제를 포함하는 내용으로 개정하지 않으면 5조 1항은 2020년 1월1일부터 효력을 잃는것이다.

헌재의 이번 결론은 그동안 ‘남북대치의 특유한 안보 상황’ 등을 이유로 일률적 국방의 의무를 우선한 데서 벗어나 개인의 양심가 가치가 다른 모습 그대로를 존중해야 한다는 인식에 힘을 실은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양심적 병역거부자들 가운데 상당수가 ‘집총거부’의 문제로 대체복무를 원한다는 점에서 기초군사훈련 체계도 손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행 법에서는 사회복무요원 판정을 받더라도 훈련소에 입소해 약 한 달간의 기초 군사훈련을 의무적으로 받아야 하며, 복무기간이 끝나면 예비군 훈련도 받아야 한다. 올림픽 등에서 메달을 따 면제 해택을 받은 사람도 기초 군사훈련은 피해갈 수 없다.

따라서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위한 대체복무제를 마련할 때 기초군사훈련 문제도 짚고 넘어가야 또다른 갈등이 생기지 않을 것으로 여겨진다.

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pt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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