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현민 “맞지 않는 옷 너무 오래 입었다…끝이라도 조용히 맺었어야 하는데”

  • 동아닷컴
  • 입력 2018년 6월 30일 09시 43분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 중 한 명으로 꼽히는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이 청와대를 떠나려는 듯한 뉘앙스의 글을 올려 시선이 쏠리고 있다.

탁 행정관은 2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맞지도 않는 옷을 너무 오래 입었고 편치 않은 길을 너무 많이 걸었다. 잊혀질 영광과 사라질 자유”라는 글을 적었다.

또 “페이스북도 오늘로 끝낸다”며 “내가 가장 힘들 때 위로가 되어주었던 분들에게 인사 전한다. 끝이라도 조용히 맺었어야 하는데 그게 또 그럴 수 없는 사정이 있었다. 깊이 감사드린다”고 썼다.

이에 탁 행정관이 청와대를 떠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그러나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탁 행정관이 사표를 낸 적이 없고 사표를 내겠다는 의사도 밝힌 적이 없다더라”고 말했다.

다만 또다른 관계자는 “며칠동안 탁 행정관을 보지 못했고 통화한 일도 없다”며 “사람 일이라는 건 모르지 않나”라고 뉴스1에 말했다.

이에 탁 행정관에게 급작스러운 심경 변화가 온게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

앞서 지난 18일 탁 행정관은 지난해 대선에서 불법 선거운동을 벌인 혐의와 관련해 벌금 70만원을 선고받았다. 당시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러시아 화가 이반 아이바좁스키의 ‘무지개’라는 그림을 올렸다. 이 그림은 거친 바다 한가운데 한 척의 배가 침몰하는 듯한 모습을 뒤로 하고 10여명의 사람들이 조각배를 탄 채 희미한 무지개 빛이 감도는 바다 위를 항해하는 듯한 모습이 그려져 있다.

탁 행정관이 그간 여론의 따가운 시선에 지친 게 아니냐는 풀이도 있다. 탁 행정관은 과거 저서에 쓴 여성 비하 발언으로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일각에는 ‘최근 청와대의 인사 개편과 관련 있는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27일 탁 행정관 선임인 조한기 의전비서관을 제1부속비서관으로 이동시키면서 김종천 선임행정관을 의전비서관으로 승진시켰는데, 이 때문에 탁 행정관이 인사에서 밀린 걸로 생각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있다. 이같은 추측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근거 없는 얘기"라며 선을 그었다.

탁 행정관은 2011년 문 대통령 자서전 '운명'의 북콘서트를 기획하고, 2012년 김정숙 여사의 첫 북콘서트 사회를 맡았다. 2016년엔 문 대통령과 히말라야 트레킹을 다녀오는 등 문 대통령과 각별한 사이다. 청와대에서는 국내외 행사 기획을 총괄하는 역할을 맡았다. 그의 직급은 2급이지만 '실세 행정관'으로 불려왔다.

박태근 동아다컴 기자 pt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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