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보회의 주재 “내가 탈 나 민망”… 표정 밝았지만 목소리는 다소 탁해
윤종원-이용선 신임수석과 첫 인사… “전공 딱 맞게 왔으니 가교 기대”
감기몸살로 지난달 27일부터 쉬었던 문재인 대통령이 2일 업무에 복귀했다. 공개 일정에 나선 것은 지난달 24일 러시아 방문 후 귀국한 지 8일 만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이낙연 국무총리와의 주례 회동, 수석·보좌관회의 등의 일정을 소화했다. 문 대통령은 오후 2시 수석·보좌관회의가 열리는 청와대 여민1관 3층 소회의실에 웃으며 입장했다. 통상 이 회의는 문 대통령이 입장하면 곧바로 시작하지만 이날은 대통령의 업무 복귀에 참모진들이 평소와 달리 박수로 맞이했다.
박수 속에 자리에 앉은 문 대통령이 “다들 안녕하십니까”라고 인사하자 참석자들 사이에서 웃음이 나왔고 문 대통령도 웃었다. “몸살로 며칠 동안 휴식을 취하게 되었다”고 운을 뗀 문 대통령은 “국민께 걱정을 끼쳐드려서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업무 복귀 뒤 첫 메시지는 공교롭게도 이달부터 시행된 주 52시간 근무제와 관련된 것이었다. 문 대통령은 “과로사회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늘 강조해 오다가 대통령이 과로로 탈이 났다는 그런 말까지 듣게 되었으니 민망하기도 하다”고 말했고 참석자들은 다시 한번 웃음을 터뜨렸다.
휴식한 덕분인지 문 대통령의 표정은 밝았지만, 목은 아직 쉬어 있었다. 여전히 피로가 묻어나는 목소리였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한 참석자는 “목소리는 다소 탁했지만 컨디션이 나빠 보이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하반기 첫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문 대통령은 경제 문제를 전면에 꺼내들었다. 문 대통령은 “(노동시간 단축이) 과로사회에서 벗어나 나를 찾고, 가족과 함께하는 사회로 나아가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며 “고용 없는 성장의 시대에 일자리를 나누는 가장 확실하고 효과적인 대책”이라고 강조했다. 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연간 300시간 더 일해야만 먹고살 수 있다는 부끄러운 현실을 이제 바로잡지 않으면 안 된다”고 덧붙였다.
청와대가 하반기 국정 운영의 핵심으로 꼽고 있는 속도감 있는 민생 체감성과에 대한 주문도 이어졌다. 문 대통령은 “주거비, 통신비, 의료비, 보육과 교육비 등 국민의 필수 생활비 절감을 통해서 실질소득을 높이는 정부 정책들도 더욱 속도감 있게 추진해 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회의에서는 지난달 청와대 개편에 따라 새롭게 임명된 윤종원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 정태호 일자리수석, 이용선 시민사회수석도 처음으로 참석했다. 앞서 윤 수석과 이 수석은 오전 9시 문 대통령에게 첫인사를 했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잘 부탁드린다. 두 분이 딱 전공에 맞게 오셨으니 잘하시리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특히 윤 수석을 향해 “장악력이 강하시다고요?”라고 되물은 뒤 “앞으로 정부와 청와대를 잇는 가교 역할을 잘 해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가교 역할’을 당부한 것은 잡음이 끊이지 않던 장하성 정책실장과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관계를 염두에 뒀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권 관계자는 “특히 문 대통령이 장악력을 언급한 것은 시민단체와 주로 일하는 이 수석보다 부처와 협력하는 윤 수석을 염두에 둔 것”이라며 “청와대가 중심이 돼 각종 경제지표에서 어떻게든 빠르게 성과를 내 달라는 의미”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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