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8·25전당대회를 앞두고 친문(친문재인) 못지않게 86그룹(1980년대 학번, 1960년대생)의 후보 단일화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대 계파인 친문 후보들이 ‘부엉이 모임’까지 만들며 ‘뼈문(뼛속까지 친문)’ ‘진문(진짜 친문)’ 경쟁을 하고 있는 사이 물밑에서 또 다른 계파 간 보이지 않는 ‘당권 협상’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 내 86그룹은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출신 의원들이 주축이다. 전대협 초대 의장이었던 이인영 의원과 부의장이었던 우상호 의원을 필두로 20여 명이 86그룹으로 분류된다. 여기에 고 김근태 의원계의 맏형 격인 우원식 의원 등 운동권 출신 의원들도 범(汎)86그룹으로 통하고 있다.
현재 여권의 범86그룹에서 차기 당 대표 후보로 거론되는 주자는 이인영, 송영길 의원이 대표적이다. 여기에 1970, 80년대 고려대 학생운동권을 대표하는 4선의 설훈 의원도 가세했다. 원내대표를 지낸 우상호 우원식 의원은 사실상 전대 불출마를 선언했다.
친문 당원들의 표심이 핵심 변수인 만큼 86그룹에선 단일화 여부가 주요 이슈다. 뭉치지 않으면 당내 최대 계파인 친문 후보를 당해낼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이인영 의원을 중심으로 단일화 목소리가 강하게 나오고 있다. 이 의원은 최근 설 의원 등에게 단일화 여부를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86그룹의 한 의원은 “이 의원은 이번이 마지막 당권 도전이라는 심정으로 전대를 준비하고 있다. 성향이 비슷한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 출신 의원들에게도 두루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고 밝혔다.
86그룹 단일화 성사의 가장 큰 변수는 여권 내 운동권의 또 다른 상징 중 하나인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의 출마 여부다. 그는 전대협 출신 의원들의 운동권 대선배 격이다. 또 다른 86그룹 의원은 “이미 지난 전당대회 때 김 장관에게 86그룹 단일 후보로 당권 도전에 나서줄 것을 요청한 바 있다. 그가 출마 의지를 분명히 한다면 후보 재편이 불가피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동시에 친문이든 86그룹이든 후보 단일화가 이뤄질 가능성이 별로 없다고 보는 의원도 많다. 민주당 지지율이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에서 한국 정치의 세력 판도를 가를 2020년 총선 공천권을 쥐게 되는 집권여당 대표 자리를 놓고 누가 쉽사리 양보하겠느냐는 것이다. 또 친문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불거진 물밑 세 결집 행태에 대한 반발감도 작지 않다. 특히 비주류 계열에서 심하다. 민주당의 한 초선 의원은 “모두가 친문인 상황에서 특정 사람들만 모여 당의 미래를 논의한다는 것 자체가 배타적 계파를 형성하겠다는 신호여서 우려스럽다”고 전했다. 한 중진 의원도 “현재의 민주당의 모습은 문재인 대통령을 중심으로 단일 대오를 형성했기 때문에 형성된 것이다. ‘친박(친박근혜)’ 경쟁에 나섰던 전임 정부를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결국 단일화를 계파별로 시도하다 군웅할거식 전대가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또 다른 의원은 “각개전투 양상으로 자유롭게 후보들이 경쟁하고 컷오프 규칙을 통해 자연스럽게 후보군이 정리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계파 갈등에 대한 우려는 집단적 움직임으로도 나타나고 있다. 최운열 기동민 김종민 박정 조응천 황희 의원 등 민주당 초선 의원들은 5일 국회에서 당의 진로를 논의하는 토론회를 연다. 한 참석자는 “계파 다툼이나 당권 경쟁에 매몰된 당의 모습을 우려하는 이들이 미래를 모색하는 자리”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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