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의 한 초선 의원은 최근 보좌관(5급) 채용에 애를 먹고 있다. 6·13지방선거 직전 공석이 된 보좌관 자리에 경제 부처 관련 경력을 갖춘 인물을 찾고 있지만 한 달째 적임자를 발견하지 못했다. 이 의원은 “지원자는 적지 않지만 당장 일을 맡길 경험 있는 보좌진은 찾기 어렵다”며 한숨을 쉬었다.
최근 여의도에선 구인난에 시달리는 여당 국회의원들이 적지 않다. 일찌감치 압승이 예상됐던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서 민주당 보좌진 출신들이 대거 출사표를 내 당선되면서 생긴 현상이다.
민주당보좌관협의회(민보협)에 따르면 이번 지방선거에서 민보협 출신 출마자 가운데 36명이 국회의원이나 기초단체장, 지방의회 의원으로 당선됐다.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서는 충북 제천-단양 지역구에 출마한 이후삼 의원이 승리했고, 기초단체장 당선자 중에서는 채현일 영등포구청장 등 5명이 민주당 보좌진 출신이다. 민주당 보좌관 출신 광역의원 20명과 기초의원 10명도 탄생했다.
여기에 재·보궐선거 승리로 새로 생긴 보좌진 자리만 해도 약 100명(의원 1명당 최대 9명)에 이른다. 재·보궐선거로 국회에 새로 입성한 민주당 의원 상당수가 국회 경력이 있는 보좌관 없이 의정활동을 시작해야 하는 상황이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지난해 대선 직후 상당수 보좌관이 청와대로 옮긴 데다 지방선거로 인한 인력 유출까지 겹치면서 인력난이 생겼다”며 “여당이 된 것을 실감하는 요즘”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보좌관 스카우트전(戰)이 치열해지고 있다. 국회 출신으로 기업으로 이직한 인사들을 수소문해 영입 제의를 하거나, 2016년 민주당과 국민의당 분당 때 국민의당으로 옮겼던 보좌진을 물색하는 경우도 있다. 한 여권 보좌관은 “의원이 이직 의사를 밝힌 보좌관을 붙잡으려고 직접 나서는 일이 늘었다. 과거에는 볼 수 없던 풍경”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보좌관은 “성추행, 비리 등으로 여의도에서 퇴출됐던 이들이 구인난을 틈타 돌아오기도 한다”고 말했다.
여당으로 이동하는 보수 야당 출신 보좌진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친문 진영의 한 보좌관은 “공개 채용을 냈는데 지원자의 40%가 자유한국당 출신이다. 민주당 국회 경력자는 한 명도 없어 고민”이라고 말했다. 야권 출신 한 보좌관은 “보좌관 경력을 살려 기업, 공공기관, 공기업으로 진출하려면 야당 경력을 세탁해야 한다. 진보 진영으로 넘어가는 보좌관들이 상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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