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친박근혜)’과 ‘비박(비박근혜)’으로 나뉘어온 자유한국당의 당내 계파 지형이 6·13지방선거 완패 후 흔들리고 있다.
지난달 21일과 28일 열린 두 차례 의원총회에서 의원들은 김성태 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 지지 여부를 두고 다양한 목소리를 쏟아냈다. 동아일보가 3일 의총 발언 내용을 입수해 전수 분석해본 결과 의원들의 입장은 기존 친박 대 비박 구도로는 설명하기 힘든 양상이었다. 지방선거 참패 이후 쇄신론과 책임론이 뒤엉키면서 당내 세력 재편이 시작되는 모양새다.
의총에서는 김 대행이 발표한 당 쇄신안에 대한 찬반과 김 대행에 대한 퇴진 요구가 주로 다뤄졌다. 공개와 비공개를 반복했던 두 차례 의총에선 의원 45명이 총 60차례 발언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탈당했다가 돌아온 ‘바른정당 복당파’인 김 대행의 퇴진 요구는 친박 의원들이 주도했다. 의총에서 김 대행에 대해 비우호적 입장을 취한 의원 25명 가운데 친박은 19명, 중립 또는 무계파는 6명이었다.
대표적인 김성태 퇴진론자 중 한 명인 김진태 의원은 “김 대행이 열심히 한 마음은 알겠지만 (지금은) 책임지고 물러날 때”라고 주장했다. 성일종 의원도 “(단식 기간 동안) 아무것도 안 드셨으니 호르몬 분비가 잘 안 될 수 있다”며 김 대행의 퇴진을 요구했다.
일부 중립 성향 의원도 퇴진 요구에 가세했다. 원래 비박계로 지금은 특정 계파에 속하지 않은 심재철 의원은 “이 상황에서 원내대표가 그대로 (남아) 있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그러니 현수막을 걸어놓고 쇼한다는 소리를 듣는다”고 비판했다. 김상훈 의원도 “원내대표가 물러나야 할 시기를 이미 놓쳤다”며 거들었다. 신상진 주광덕 의원 등은 중앙당 폐지 등의 내용이 담긴 김 대행의 ‘깜짝 쇄신안’ 발표가 부적절했다고 지적했다.
반면 김 대행을 옹호하는 쪽은 다양한 계파가 뒤섞여 있었다. 김학용 김재경 박순자 이은재 의원 등 복당파 11명은 김 대행을 지지했다. 친박 박덕흠 함진규 의원과 중도로 분류되는 안상수 의원, 홍준표 전 대표 체제에서 당직을 맡았던 김명연 홍문표 의원 등 9명도 “김 대행이 유임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지원 사격’을 했다.
김학용 의원은 “김 대행을 찍지도 않았던 분들이 (김 대행에게) 물러나라는 건 옳지 않다”고 비판했다. 같은 복당파인 홍철호 의원은 “김 대행이 ‘드루킹’ 때문에 단식할 때는 박수를 쳐놓고, 정작 단식 끝난 후에 보약 한 첩 안 지어주지 않았느냐”며 김 대행을 두둔했다. 친박계 박덕흠 의원은 “난파선에서 김성태를 믿고 따라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명연 의원도 “자중지란을 언론에 노출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했다.
당 관계자는 “2007년 대선 경선 때 형성됐던 ‘친이(친이명박)’ 대 친박 구도가 박 전 대통령 취임 이후 친박 대 비박 구도로 재편됐고, 이젠 김성태 대행에 대한 찬반 여부를 놓고 ‘친복(친복당파)’ 대 ‘비복(비복당파)’ 구도로 형성되고 있다”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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